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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저의 꿈은 모두의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추도식 참석

입력 : 2017-05-23 18:49:48 수정 : 2017-05-23 23: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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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자 동지에게 바친 헌사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있다. 김해=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23일 일정은 딱 하나였다. 운명처럼 이어진 벗이자 정치적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김정숙 여사와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19대 대통령으로 8주기 추도식에 가겠다”던 맏상주의 약속은 이로써 현실이 됐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도 대거 봉하마을로 향했다. 청와대는 이날 어떠한 발표나 브리핑도 하지 않고 조용히 노 전 대통령을 기렸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옆자리에 앉은 문 대통령은 추도식 말미에 직접 연단에 올랐다. 200자 원고지 8장쯤 분량, 8분가량의 짧은 인사말이었지만 고인에 대한 추모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文 대통령, 盧 묘역 참배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의 묘비를 참배하고 있다.
김해=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헌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해=사진공동취재단
박수 15차례, 환호 8차례가 터져나온 이날 인사말의 키워드는 ‘깨어 있는 시민’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강조했던 말로, 고인의 묘지 너럭바위에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 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 “노무현의 꿈은 깨어 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다”고 했다. 2007년 대선 패배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서 스스로 ‘폐족(廢族)’이란 표현까지 쓸 정도로 극한상황에 몰려야 했던 친노무현·참여정부 세력을 ‘신원(伸寃)’해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무현의 꿈’을 넘어 ‘자신의 꿈’을 피력했다.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며 “개혁도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노 전 대통령 유지 계승의 지향점은 국민통합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남은 임기 중에는 추도식을 찾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역시 특정 진영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전체의 고른 지지를 받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010년부터 열린 추도식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문 대통령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도 오늘 아침 연설문 초안을 받아보고서야 이런 내용이 있는 것을 알았다”며 “선거과정에서 고인이 다시 정쟁의 대상이 됐는데, 앞으로는 고인을 편히 쉬게 해 달라는 뜻도 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행사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추도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노 전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김해=사진공동취재단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했던 ‘야, 기분 좋다’는 말은 두 차례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노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며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며 시작한 인사말을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 그때 다시 한번 ‘야, 기분 좋다’ 환한 웃음으로 반겨 달라”며 끝맺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당선을 곁에서 도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노 전) 대통령님을 그렇게 떠나보낸 분들의 응어리가 풀리고 대통령님이 못다 이룬 꿈을 새로 이뤄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 계셨다면) 그 길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길인지 아실 테니 (문 대통령) 어깨를 토닥토닥해 주시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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