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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바심 아닌 설득 자료가 필요하다
정확한 공공 통계서 갈 길 찾아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그제 방송 대담에서 “‘J노믹스’는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된다”고 했다. ‘J노믹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비전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지난달에 처음 나와 아직도 낯선 감이 없지 않은 J노믹스의 의미를 이 부위원장이 간결히 설명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대비 등 다채로운 내용이 있지만 J노믹스의 요체는 재정을 동원한 일자리 확충이란 뜻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를 통해 경제 불평등, 젊은이들의 좌절, 저출산 문제 등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스타일이 문제라면 유행을 따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소탈한 모습으로 유행의 물결을 잘 타고 있다. 스타일로는 이미 합격점이다. 국정지지율 고공행진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유행의 물결은 쉽게 바뀌는 법이고 스타일에 대한 환호 또한 쉽게 잦아드는 법이다. 국정 성패는 실력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꼬이면 어찌 될까. 불을 보듯 뻔하다. 높은 지지율은 뜬구름이 되고 만다.


이승현 편집인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 ‘1호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12일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위원장을 비롯한 실무 책임자들도 일자리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마음이 바쁘다는 뜻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고 공감도 간다. 하지만 공자는 “서두르면 도달하지 못한다”(욕속부달·欲速不達)고 했다. 우리 속담에도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 매어 못 쓴다’고 했다. 적절한 준비 없이 깃발만 흔든다 해서 순항이 가능할 리 만무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향후 승부처를 겨냥한 준비가 필요하다. 승부처는 자명하다. 임기 내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를 늘려 일자리 마중물로 삼겠다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으로 미루어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공직 확충 여부를 놓고 국회에서, 또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이 부위원장은 올 하반기에 1만2000명의 경찰, 부사관, 소방관 등을 늘리겠다고 했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한 대목이다. 공방이 불가피하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책통들은 호락호락 넘어갈 기세가 아니다. 야당 반대만인가. 납세자 반발도 기다리고 있다. J노믹스의 꽃을 피우겠다면 조바심만 낼 것이 아니라 설득 자료를 세밀히 챙겨야 한다.

경제 원론 차원에서 볼 필요도 있다. 공직 확충은 극약처방이다. 왜? 국민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옳은 길인지 의문스럽다는 측면도 있다. 날로 늘어나는 공시족이 웅변하듯 공직사회가 이미 특권 세력이란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야권만이 아니다. 일자리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의 반론이 좋은 예다. 그는 “난센스도 보통 난센스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유념할 것은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만이 아니다. J노믹스 발목을 잡을 반론에 일리가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서 자성의 눈으로 되돌아볼 것이 있다. 지난달 21일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의 문답이다. 문 대통령의 공공 일자리 소요예산 설명에 대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9급 공무원 초봉만 해도 1년에 4조3000억원이 든다”면서 예산 추정액에 의문을 표했고 추가 설명에 대해서도 “계산이 안 맞는다”고 재차 지적했다. 유사한 공방이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점도 있다. 어찌 더하고 어찌 빼도 계산이 맞을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점이다. 공무원 처우 통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시간 짧은 후보토론에서야 다른 의제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러나 앞으로 뜨거워질 정치적·사회적 공방에선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수도 없다.

제퍼슨은 “스타일이 문제라면 유행을 따르라”고만 한 게 아니다. 그 뒤에 중요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원칙의 문제라면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말라”고. 문재인정부는 공직 확충을 통한 일자리 선순환 확립을 원칙의 문제로 간주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행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목청 크게 공무원 충원만 외쳐서 될 일이 아니다. 합리적 자료를 제시해 국민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후보토론에서 언급한 7급 7호봉을 비롯한 각급 공무원 총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다시 말해 J노믹스의 총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명확히 밝히고 향후 공방에 진솔히 임해야 한다.

공무원 총보수 공개가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은 이미 공공영역 임금공개법(캐나다)이나 유사 법제를 통해 전면 공개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대한민국은 다르다. 납세자연맹은 두 차례 공무원 총보수를 직종·직급별로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인사혁신처는 기본급과 7개 수당만 공개했다. 전체가 아닌 부분 공개였다. 공공 통계가 오용된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결연히 나서야 한다. 100% 공개를 하게 하면 된다. 일자리 창출만이 아니라 공공 통계의 투명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절차다. 그렇게 공공 일자리 공론화의 기반을 다진다면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되는 J노믹스의 물꼬가 확 터질지도 모른다. 제퍼슨 또한 칭찬하게 될 것이다.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이승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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