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3일 검정교과서 개발에 참가한 5개 출판사 담당자들과 만나 심사본 제출시한 등 교과서 개발일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출판사 담당자들은 현행 제출시한인 8월을 유지하자거나 오는 12월 또는 내년 5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고 검정교과서 체제로 회귀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린 이후 장·차관 등 컨트롤타워 부재를 이유로 미적대던 교육부가 검정교과서 개발일정 조정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평균 개발기간이 2년인 검정교과서를 1년 만에 개발해야 하는 탓에 교과서 내용이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언급된 ‘12월 안’이나 ‘내년 5월 안’은 검정교과서가 2019년부터 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출판사들은 대체로 지금의 촉박한 개발일정을 손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심사본 제출시한이 너무 늦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검정교과서 개발기간이 길어질수록 집필진 보수 등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른 과목 검정교과서 심사본 제출시한이 보통 12월이라는 점도 출판사들이 ‘12월 안’을 선호하는 한 배경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교육부가) 심사본 제출시한을 조금 늦췄으면 하지만 너무 미뤄지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회사 내부적으로는 12월 얘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학자와 검정교과서 집필자들은 심사본 제출시한을 내후년으로 늦추고, 새 교과서의 현장 적용을 2020년으로 미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정교과서에서 지적된 문제점이 대부분 교육과정에서부터 잘못된 것이므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먼저 고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검정교과서를 집필 중인 한 고교 역사교사는 “가뜩이나 교과서 전체 분량이 줄었는데 근현대사 부분의 비중도 축소돼 집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발기간을 늘린다 해도 지금의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따라 교과서를 만들면 국정교과서 아류작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면회 대전대 교수(역사문화학)는 “현행 교육과정은 만들어질 때부터 학계나 교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일단 검정교과서 개발을 중단하고 교육과정부터 다시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송민섭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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