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R&D 거버넌스 개편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체감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는 기존의 국가과학기술정책이 혁신과 글로벌 성장의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기보다는 관행적으로 지원하던 R&D 예산 배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7년 중소기업청의 R&D 예산은 약 1조원, 전체 정부 R&D 예산인 19조5000억원의 5% 수준으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체감하는 혁신과 글로벌 성장의 마중물이라 하기엔 작은 규모임이 분명하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연구센터장 |
새 정부의 R&D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 R&D 지원의 컨트롤타워로서 범정부적 조정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과 출연연이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기업들은 그 결과를 이전받아 상용화한다는 기존의 선형적 R&D 패러다임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산업 간 융합, 플랫폼 경제,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 기술혁신과정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창의적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개방형 생태계가 새로운 R&D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혁신과 글로벌 성장 지원을 위해 국가 R&D 수행의 주체가 어떠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사람중심 경제’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기업부문의 혁신 가속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과거에도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혁신 가속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2013년 신설한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스타트업의 혁신 가속화를 돕는 대표적인 R&D사업으로서 중소벤처기업계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TIPS 프로그램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아이템을 보유한 창업팀을 엔젤투자자 등 민간 주도로 선발하여, 민간의 엔젤투자, 보육, 멘토링과 함께 정부 R&D 등을 지원함으로써 미래유망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사업이다.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흩어진 기업 R&D 지원 사업을 모아 범정부 차원의 기업 혁신을 지원하는 R&D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해야 한다. 또한 기업부문의 R&D 정책이 교육정책, 노동정책, 산업구조조정정책과 상호 연계·발전하기 위해서도 중소벤처기업부가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TIPS 프로그램과 같이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여 국가 차원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내는 R&D 사업들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한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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