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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이것만은 확 바꾸자!] 대립구도에 갇힌 노사관계… 상생협력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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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3 19:26:00 수정 : 2017-05-23 21: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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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개 국가 중 29위 기록… 4계단 떨어져/기업경영효율 부문서 가장 큰 하락세/ 9·15 대타협 깨지며 노사정 갈등 심화/ 작년 근로손실일수 203만5000일 달해/ 새 정부 노동·일자리 정책 큰 변화 예고
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창출 등 대선기간 공약으로 내걸었던 친노동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자리 확대의 필요성에는 노사 모두 공감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법·제도 변화 속에 노사 갈등, 노노(勞勞)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는 새 정부의 친노동 기조에 힘입어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경영부담이 크게 늘어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정권 초 기대만 높여놓고 합의를 이행하지 않던 과거 정권들의 선례를 떠올리며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있는 협의체에서 노사정이 대화와 양보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작년 근로손실일수 외환위기 이후 최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6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4단계 하락한 것이다. 특히 부문별 평가에서 ‘기업경영효율 부문’이 전년보다 11단계 떨어진 48위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이며 국가경쟁력 하락의 주범으로 꼽혔다. 기업경영효율을 평가하는 요소 가운데 한국은 ‘경영자에 대한 신뢰도’(61위), ‘노사관계의 생산성’(59위), ‘근로자 동기 부여(59위)’, ‘경영진의 근로자 가치 고려(58위)’ 등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를 요약해보면 경영자가 근로자의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근로자들은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고, 신뢰 없는 노사관계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노사 간 불신은 파업 등의 노사분규로 이어진다. 특히 지난해에는 노사, 노정(勞政) 갈등이 극에 달하며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3일 고용노동부의 ‘노사분규 사업장 및 근로손실 일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사업장에서 120건의 노사분규가 발생해 근로손실일수가 총 203만5000일에 달했다. 근로손실일수가 외환위기 직후 노사갈등이 첨예했던 2000년도의 189만4000일보다도 14만1000일 더 많았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참가노동자 수와 파업 일수를 곱해서 낸 지표로, 숫자가 클수록 파업 규모가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는 정부의 노동개혁 양대지침 발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 조선해운 업계 구조조정 등으로 노사, 노정 갈등이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친노동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정부 출범으로 노동계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고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의 공약도 곧 실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근심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한 후 곳곳에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노동계의 기대심리가 너무 커져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요구가 나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장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노조와 대치 중인 기업들의 걱정은 더 크다. 1년 넘게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그간의 수주 절벽으로 기본급 20%를 반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오히려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조종사 노조와 아직도 2015년 임금교섭을 끝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민주노총이 정부에 노동개혁 과제를 위한 노정 협상을 요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노사가 해결해야하는 문제에 사측을 배제하거나, 노조가 정부나 국회를 상대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려고 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지난 정부에서도 친노동정책은 있었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면 이행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의 공약들이 임기 내에 차질없이 이행되지 않는 한 친노동 정부라고 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노조에 부담도, 노조이익만 챙기지도 말아야


새 정부 들어 노동시장의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노사정 간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원회)는 노동계가 탈퇴하고, 지난해 6월 김대환 전 위원장 퇴임 후 지금까지 위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방치하는 등 식물위원회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 연구위원은 “2015년 ‘9·15 대타협’을 해놓고 정부가 노동계에서 반대하는 통상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을 강행처리해 노동계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라며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자리 몇 개 늘리는 결과에만 치중하지 말고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결과를 도출할지 과정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자리위원회도 노사정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구성을 보면 정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노사는 일부”라며 “정부가 설정한 안건과 민원을 노사가 듣거나 위원장, 위원들이 노사 설득만 하려다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정 핵심 인력만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되, 정부가 주도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려 하지 말고, 사용자 측은 노조에게만 부담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미·정필재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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