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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내버려두고 키우는 것이 좋다?"

입력 : 2017-05-28 09:00:00 수정 : 2017-05-23 14: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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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건강한 성장, 생애 첫 1000일에 달렸다

 

만약 사람이 일생 중 딱 한 시기만을 골라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면, 어떤 시기를 선택해야 할까. 존귀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어찌 투자의 관점으로 말할 수 있을까 싶지만, 가장 효율적인 한 시기를 고른다면 단연코 생후 첫 1000일이다. 임신기간(270일)부터 생후 2년(730일)까지 생애 첫 1000일은 일생 중 가장 빠른 성장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로, 이 시기에 균형 있게 먹이며 심신 건강의 기틀을 잘 만들어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아기는 자연스럽게 내버려두고 키우는 것이 좋다'는 말은 얼핏 인간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무책임한 말이다. 지나치게 아기를 품에 끼고 보호하며 키우는 태도나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무시한 조기 교육이 아기에게 해로운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이지만, 현대의학으로 이미 밝혀진 안전한 육아를 따르지 않는 것 역시 자칫 아기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아기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논란 없이 따라야 하는 대표적인 것이 예방 접종과 영양이다. 생애 첫 1000일 동안은 빠른 성장 속도에 비해 섭취 가능한 양이 적어 균형 있는 영양을 공급하려는 노력이 아주 중요한데, 이는 비단 영양 부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유아기 비만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 시기의 비만이 청소년기와 성인기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비만은 신체건강 문제뿐 아니라 낮은 자존감, 우울 등 심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성인 비만은 심혈관계질환, 당뇨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점에 착안해 생애 1000일 육아를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영유아 식품 브랜드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생애 1000일의 시작점은 바로 임산부의 건강이다. 임신기간 동안 다양한 영양소로부터 얻는 에너지는 산모와 태아의 필요를 채워주어서 태아의 건강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엽산은 태아의 신경발달에 중요한 영양소로, 부족 시 태아 신경관 손상으로 척추의 후반부에 결함이 발생하는 척추이분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출산 후에는 아기의 충분한 성장을 위한 적절한 영양을 발달 단계에 맞춘 적절한 방법으로 제공하도록 한다. 최소 생후 6개월까지는 모유수유를 지속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6개월이 되면 모유만으로는 철분을 충분히 공급해주기 어려우므로 생후 만 6개월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이유식을 시작하도록 한다. 이유식 시작 시점은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관찰하면 쉽게 알 수 있는데 △허리를 바쳐주면 스스로 앉을 수 있고 △새로운 음식에 관심을 보이며 △작은 숟가락으로 넣어주는 쌀미음을 혀로 밀어내지 않는다면 이유식을 시작해볼 수 있다.

초기 이유식은 쌀미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음식인 달걀, 우유, 콩 등은 첫번째 이유식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철분 공급원인 고기 제공은 너무 미루지 않도록 한다. 간혹 아기가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다고 해서 우유병에 넣어 먹이는 경우가 있지만, 이유식은 음식을 이로 부수고 삼키며 혀를 앞뒤로 움직이는 연습을 하는 등 식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과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숟가락을 이용해서 먹이도록 한다.

또한 모유나 분유를 이유식으로 대체하기 시작하면 수분 섭취가 줄어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변비로 인해 아기가 배변 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면 변을 참으려고 하면서 만성 변비로 진행될 위험이 있어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변비에 좋은 푸룬이나 잘 익은 바나나를 공급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마지막 단추까지 잘 꿰진다는 속담이 있듯, 사람의 건강도 첫 시작이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평생 건강의 근간이 되는 생애 첫 1000일 동안 아기의 영양을 잘 관리해 주는 것이야말로 건강하게 첫 단추를 꿰도록 도와주는 일이며 이는 아주 중요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범은경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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