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 한 끼도 ‘혼밥’ 말라”는 조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들과 막 어울리는 성격이 아닌 데다 민정수석 당시 혼밥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우려를 씻기라도 하듯 문 대통령의 파격적 ‘식사 정치’가 관심사다. 청와대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3000원짜리 점심을 먹고, 기자들과는 주말 등산 후 삼계탕을 즐겼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후엔 5·18 유공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8000원짜리 육회 비빔밥을 먹으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선 상석이 없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비빔밥을 나누며 국정 협조를 당부했다고 한다. 밥이 소통과 협치의 수단인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주 혼자 밥을 먹었다고 한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조리장은 “혼자 먹는 것을 좋아했다. 지방 출장이 있어도 식사는 혼자 하길 원했다”고 증언했다. 불통과 연결짓는 시각이 많다. 혼밥 대신에 각계각층 인사와 밥을 먹으며 소통했다면 비극적인 국정농단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요즘 세 끼 모두 혼자 먹는 19~29세 청년층이 10명 중 한 명에 이른다고 한다. 혼밥은 ‘무기력세대’ ‘이생망’으로 대표되는 각박한 삶을 사는 청년들의 자화상이다. 새 정부에선 청년들이 가족 등 주변과 함께 밥 먹는 일이 많아져야 한다. ‘자발적 고립’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혼밥은 외로움과 단절에 가깝다. 한 끼 밥을 ‘밥’으로만 봐선 안 된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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