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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이재용 재판과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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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3 00:57:05 수정 : 2017-05-23 01: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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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최순실씨 측에 400억원대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일주일에 세 차례씩 이어지고 있다. 기소 땐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더니 소식이 뜸하다. 관찰자 입장에선 ‘사실관계 증명’이라는 검찰과 변호인 간의 공방은 통상 어렵고 지루한 탓이다.

재판은 어떻게 흐르고 있을까. 사실관계가 몇몇이라도 특검 주장과 다른 것이 늘어나면 최씨 측에 건넨 돈이 뇌물로 인정되지 못할 여지도 늘어간다. 이는 곧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죄 입증을 흔들 수 있다. 담담하게 공판에 임하는 여느 사건 검사들과 달리 특검팀 검사들이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도 마찬가지다. 2만쪽에 달하는 수사 자료를 받아든 이들은 재판부엔 읍소를, 특검팀엔 형식과 논리로 맹공격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최순실 일가 지원은 모두 내가 결정한 것”이란 주장으로 일관한다. 총수가 구속된 삼성으로선 ‘이 부회장 구하기’에 총력전일 수밖에 없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힘이 듭니다.” 특검팀 관계자가 최근 전화 통화에서 건넨 말이다. 그는 “저들이 워낙 매머드급이다보니 그렇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이 건에 올인할 만큼 신경을 곤두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웬만한 로펌을 능가한다는 삼성 법무팀도 총동원돼 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의 구성 논리, 입증 과정을 현미경급으로 파고든다. 수사 자료에 아우성을 치며 ‘색깔론’까지 펼쳤던 변호인단은 이제 세세한 부분에서 수백쪽 분량의 의견서를 쏟아낸다. 몇 안 되는 인력으로 공소유지를 맡아온 양재식 특검보는 최근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은 권리다. 하지만 금력으로 법치를 유린한다는 의구심은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의 이 부회장 살리기는 제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수사에서 착취적인 산업 구조를 여실히 목격했다”면서 “재벌이 왜 중요한 개혁의 대상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은 산업화의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이제는 ‘부정한 결탁’과 ‘착취 관행’으로 경제의 활력과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약자에 대한 갑질, 즉 불공정 거래 관행이 가장 대표적이다. 2011∼2014년 삼성전자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12.54%인데 1, 2, 3차 협력업체의 그것은 4.98%였다. 삼성전자의 높은 효율성을 인정하더라도 우월적 지위에 기댄 영업, 협력업체와의 불공정 거래에 따른 차이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노동부 차관 출신인 정병석 한양대 특임교수(경제학)는 저서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에서 “500년 이상 유지한 조선 왕조는 정치적으로는 실패하지 않은 제도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경제적으로는 결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폐쇄적이고 착취적인 제도 문제는 현대에도 적용되는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후손들이 국정농단 사태를 기록하며 제도 개선의 기회를 놓쳤다고 분석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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