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어떻게 흐르고 있을까. 사실관계가 몇몇이라도 특검 주장과 다른 것이 늘어나면 최씨 측에 건넨 돈이 뇌물로 인정되지 못할 여지도 늘어간다. 이는 곧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죄 입증을 흔들 수 있다. 담담하게 공판에 임하는 여느 사건 검사들과 달리 특검팀 검사들이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도 마찬가지다. 2만쪽에 달하는 수사 자료를 받아든 이들은 재판부엔 읍소를, 특검팀엔 형식과 논리로 맹공격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최순실 일가 지원은 모두 내가 결정한 것”이란 주장으로 일관한다. 총수가 구속된 삼성으로선 ‘이 부회장 구하기’에 총력전일 수밖에 없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은 권리다. 하지만 금력으로 법치를 유린한다는 의구심은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의 이 부회장 살리기는 제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수사에서 착취적인 산업 구조를 여실히 목격했다”면서 “재벌이 왜 중요한 개혁의 대상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은 산업화의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이제는 ‘부정한 결탁’과 ‘착취 관행’으로 경제의 활력과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약자에 대한 갑질, 즉 불공정 거래 관행이 가장 대표적이다. 2011∼2014년 삼성전자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12.54%인데 1, 2, 3차 협력업체의 그것은 4.98%였다. 삼성전자의 높은 효율성을 인정하더라도 우월적 지위에 기댄 영업, 협력업체와의 불공정 거래에 따른 차이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노동부 차관 출신인 정병석 한양대 특임교수(경제학)는 저서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에서 “500년 이상 유지한 조선 왕조는 정치적으로는 실패하지 않은 제도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경제적으로는 결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폐쇄적이고 착취적인 제도 문제는 현대에도 적용되는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후손들이 국정농단 사태를 기록하며 제도 개선의 기회를 놓쳤다고 분석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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