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박사는 계간 불교평론과 경희대 비폭력연구소가 주최한 열린 논단에서 ‘무종교시대는 오고 있는가?’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 무신론자 동아리인 ‘Freethinkers(자유사상가)’가 조직돼 무종교인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열린 논단의 주제 발표자로 나선 우혜란 박사. |
또 “지난해 6월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이성 랠리(Reason Rally)’라는 이름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무종교인들’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며 “이들은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국제종교자유 법안’ 개정안에 ‘무신론적 믿음’을 ‘종교의 자유’ 규정에 포함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우 박사는 “한국의 경우 지난해 말 나온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15)는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없는 인구가 처음 절반을 넘어 56.1%를 나타냈다”며 “또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Freethinkers’의 활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리 ‘Freethinkers’는 2011년 카이스트에서 처음 결성된 후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 여러 학교의 연합 동아리로 확대됐다. 특히 서울대 ‘Freethinkers’는 캠퍼스나 길거리에서의 강압적인 전도에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전도 퇴치카드’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 박사는 “한국사회는 제도종교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종교성과 영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화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종교가 사라지는 소위 무종교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의 사회적 형태와 개인의 종교성·영성이 다양한 방법으로 재구성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의 무종교인들은 다른 사회에서와 같이 다양한 종교적 지향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며 “종교조직 가입 여부나 의례의 빈도수와 같은 단순 지표로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고 비·반종교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복합적인 종교성을 간과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의 ‘종교지형도 조사’를 보면 무종교인의 61%가 ‘하느님이나 보편적 원리를 믿는다’고 응답했으며, 2014년 한국갤럽의 ‘한국인의 종교’ 조사에서 ‘비종교인’의 30%가 개인생활에서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는 것.
우 박사는 “비종교인들이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로 약 20%가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을 꼽았고, 약 40%는 ‘종교보다 개인적인 성찰과 수련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며 “이는 곧 제도종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뚜렷한 동시에 보다 주체적이고 개인적인 종교생활을 선호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계간 불교평론과 경희대 비폭력연구소가 주최한 열린 논단 전경. |
덧붙여 “종교 인구조사에서 ‘종교 없음’ 내지 ‘무종교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모두 종교 냉담자들이 아니며 오히려 이들의 상당부분은 종교적 성향이나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이들은 매우 중요한 종교적 자원으로 불교인구로 흡수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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