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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페셜 - '우주' 이야기] (13 )24시간 위성 추적하는 관제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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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9 23:45:36 수정 : 2023-11-12 21: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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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26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종합관제실 연구진은 초조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째 밤을 새우다시피 한 데다 아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얼굴에는 피곤이 묻어났지만, 모니터를 향한 이들의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오후 1시5분 발사 6시간여 만에 드디어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3A호’의 신호가 잡혔다. 관제실과 첫 교신 성공에 연구진은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고 악수를 나눴다.

앞서 아리랑 3A는 이날 오전 7시8분 러시아 모스크바로부터 남동쪽으로 1800km 떨어진 야스니 발사장에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30여분 후인 7시39분 위성은 남극의 노르웨이 기지를 통해 통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첫 신호를 보내왔다. 이어 발사 7시간여 만에 항우연 관제실과 교신에 성공했다. 아리랑 3A호의 발사가 최종적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된 것이다.

 

다목적실용위성 3A호 발사 당시 관제실

정옥철 관제실 저궤도위성관제팀 박사(저궤도위성관제팀)는 이렇게 설명했다. “위성이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뒤 교신에 성공하기까지의 시간이 저희에게는 가장 긴장된 순간이죠. 발사체에서 분리되어 궤도에 진입하면서부터 이곳에서 위성을 제어하게 됩니다. 여기서 교신에 성공해야 비로소 위성 발사가 최종적으로 성공했다고 판단합니다.”

 

이상철 정지궤도위성관제팀 박사 역시 지난 2010년 6월 ‘천리안’(통신해양기상위성) 발사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다. 천리안은 적도 상공 약 3만6000㎞에서 지구의 자전과 같은 속도로 회전하는 정지궤도 위성이다. 하루 24시간 내내 한반도 주변의 기상과 해양을 관측하고,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천리안위성 발사 모습

천리안의 첫 국내 교신은 발사 2주 후인 7월10일 이루어졌다. 저궤도 위성과 달리 높은 고도에 있는 정지궤도 위성은 단번에 궤도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서 몇 차례 자체 엔진을 통해 고도를 높여가며 목표한 궤도에 진입한다. 천리안 역시 발사 후 목표 궤도에 안착한 뒤 첫 교신 때까지가 가장 긴장된 시간이라고 이 박사는 전했다.

 

그는 천리안 관제가 본격 시작되었던 그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천리안도 기상 문제 등으로 3번이나 연기된 끝에 발사에 성공했죠. 정지궤도 위성은 목표 궤도까지 진입하는 데 보통 1주일 정도 걸립니다. 발사 전부터 12시간 교대로 계속 비상대기를 하면서 관제 준비를 했습니다. 천리안과 첫 교신이 이루어지던 순간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관제실 관계자들은 발사 전은 물론이고 후에도 긴장 속에서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위성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해 교신에 성공한 뒤부터 더욱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리랑 3A와 첫 교신 성공 후에도 10~20분 전력과 충전 상태를 비롯한 자세 정보 등을 점검한 뒤 2차 교신을 시도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3~6개월 초기 운용에 들어가는데, 이 기간에 관제실에서는 추적 기능을 점검하고, 탑재체의 영상 촬영 기능 등 장치별 상태를 점검했다. 천리안을 상대로도 전압 상태를 확인하는 첫 원격명령을 시작으로 매일 일정량의 원격명령을 올려 보내면서 시험운용 기간 동안 위성과 탑재체의 정상 가동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였다.

 

발사 전에도 관제실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1년여 전부터 수차례 리허설을 통해 각종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진단한다. 관제 업무에 숙달하고 상황별 대처 능력도 키워야 한다. 발사 하루나 이틀 전부터는 위성 개발자와 운용자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지상 시스템, 지상국과 교신 시뮬레이션, 위성과 송·수신 시험 등을 실전처럼 진행한다.

 

 

 

위성 관제 안테나

◆비행역학·임무계획·실시간 운영으로 24시간 위성 추적

 

현재 항우연 관제실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임무가 종료된 ‘아리랑 2호’를 비롯한 3호, 5호, 3A호(이상 발사 순), 천리안 위성 등 모두 5기를 운용하고 있다.

 

<동영상 : 위성관제실>

 

위성 관제는 크게 세가지 분야로 나뉜다. 첫번째는 비행 역학이다. 위성이 어느 궤도를 지나가는지 예측·계산하고, 위성을 방해하는 우주 교란력(위성의 상태 변화를 일으키는 우주의 각종 현상)으로 인해 궤도나 자세가 바뀌면 이를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두번째는 임무 계획이다. 위성은 궤도와 탑재체의 종류에 따라 임무가 달라진다. 이러한 임무와 관심 지역에 대한 영상 정보 확보 필요성, 사용자들의 요청 등에 따라 위성이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 일정표를 짜 명령을 보내게 된다. 24시간 동안 지나는 궤도와 시간대별 위치에 따라 언제 카메라를 켜고, 자세기동을 하며, 교신을 할지 등의 계획을 촘촘하고 정밀하게 수립한다.

 

세번째는 실시간 운영이다. 위성은 명령받은 계획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를 정상 수행하도록 하는 역할이 실시간 운영이다. 지구 상공 600~800㎞에서 초속 7㎞의 속도로 비행하는 위성은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는 시간이 10분 정도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내려받고, 눈에 보이지 않는 구간을 비행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위성의 상태 정보도 내려준다. 거꾸로 이 시간 동안 앞으로 위성이 할 일에 관한 명령을 보내기도 한다.

 

“다목적실용위성은 우리나라 상공을 하루에 3~4회 지나가는데, 그 시간이 10분 정도로 아주 짧아요. 이때 많은 일이 벌어지는데, 한정된 시간에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비행 역학과 임무 계획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세워야 합니다. 물론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그 많은 임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북극의 노르웨이 기지나 남극의 세종과학기지를 이용해 명령을 보내기도 합니다. 관제실에서 버튼을 누르면 지상과 우주를 오가는 네트워크를 통해 위성에 명령을 보내고 정보를 내려받기도 하죠.”

 

정 박사의 이 같은 설명처럼 1대의 위성이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는 시간은 10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현재 운용 중인 위성이 4대인 만큼 항우연 관제실은 하루 24시간 동안 그야말로 잠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실시간 운영 측면으로만 봐도 오전 5~8시에는 아리랑 5호가 지나가고, 오전 10~12시는 아리랑 2호, 낮 12시~오후 3시는 아리랑 3호와 아리랑 3A호와 교신을 해야 한다. 오후 5시가 되면 아리랑 5호가 다시 지나간다. 이렇게 온종일 위성을 운용해야 하는 만큼 실시간 운영 업무는 4개조(1조 3~4명)가 12시간씩 교대로 근무를 하면서 처리한다.

 

적도 상공 3만6000㎞ 지점에 떠 있는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역시 위성의 특성과 임무는 다르지만 이러한 관제 과정이 이루어진다. 저궤도 위성은 초속 7㎞, 정지궤도 위성은 초속 3㎞로 각각 회전한다. 저궤도 위성은 10분 정도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지만, 정지궤도 위성은 계속 같은 자리에서 한반도 주변을 관측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정지궤도 위성의 관제 업무 특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궤도 위성은 협소한 지역을 보지만, 정지궤도 위성은 매일 지구의 절반 정도를 관측하게 됩니다. 이것이 가장 다른 점이죠. 그래서 지상의 안테나 역시 저궤도는 계속 위성을 따라 움직이지만, 정지궤도는 위성을 향해 항상 고정되어 있습니다. 또 위성에 따라 임무나 수요처가 다르기 때문에 운용 방식에서 조금씩은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행 역학과 임무 계획, 실시간 운영이라는 측면에서는 저궤도와 정지궤도 위성 모두 비슷한 관제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비상상황 발생하면 새벽에도 달려 나가

 

그나마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이처럼 정해진 계획대로 주기가 돌아가지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새벽이나 주말 또는 휴일에도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한다. 위성이 ‘안전 모드’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위성은 문제가 생기면, 자체적으로 이것을 감지해 가장 안전한 상태로 돌입한다. 불필요한 유닛(unit)의 전원을 모두 끄고, 스스로 태양을 향한다. 일종의 ‘가(假)수면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이제는 안전 모드 상황이 발생해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다는 것이 정 박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위성의 안전 모드 상황은 1년에 한번 정도 발생하는데요. 예를 들어 12시에 교신을 해야 하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신호가 잡히지 않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위성 비상복구팀을 소집해 어떤 문제가 생겨 안전 모드로 갔는지, 언제부터 이런 상태였는지 확인하고 복구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제는 위성 운용 경험이 쌓여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보통은 하루 만에 원인을 파악하고 위성을 정상 상태로 복구하고 있습니다.”

 

 

 

24시간 운영되는 위성 관제실

위성 운용과 관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신이 장시간 중단되고, 결국 사라지게 되는 상황이다. ‘아리랑 1호’가 그랬다. 1999년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1호는 2007년 12월30일 지상 관제실과 교신이 두절됐다. 관제실의 연구진과 기술진은 2개월 가까이 신호를 보냈지만,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애초 아리랑 1호의 수명은 3년. 자신의 수명보다 무려 5년 정도 더 임무를 수행하고 우주로 사라진 것이다. 

 

이후 항우연에서는 2015년 10월 공식적으로 아리랑 2호의 ‘임무 종료’도 결정한다. 2006년 7월 발사한 아리랑 2호 역시 애초 수명은 3년이었지만, 3배에 달하는 9년 동안 임무를 수행하고 은퇴했다. 임무 종료를 결정했다고 해서 위성이 궤도에서 사라지거나 작동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실제 아리랑 2호는 지금도 정해진 궤도를 돌며 영상을 지구로 보내오고 있다. 항우연은 아리랑 2호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연구용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천리안 운용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운용 초기에 통신해양기상청관제실 연구진과 기술진을 긴장하게 한 순간이 있었다. 위성을 향해 고정되어 있어야 할 지상의 안테나가 움직이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박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안테나가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니까 처음에는 깜짝 놀랐죠. 알고 보니 태양 때문에 생긴 문제였습니다. 1년에 두 차례씩 지구와 천리안,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이게 되는데, 잠시 이렇게 되어 있다가 위치가 바뀌면서 위성을 바라보고 있어야 할 안테나가 태양을 따라 움직인 것입니다. 일종의 태양 전파에 따른 교란 현상이었던 거죠. 잠시 위성과 통신이 끊기는 일이 발생했지만, 곧바로 원인을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했던 생각이 납니다.”

 

◆위성 운용 노하우 차기 위성개발로 이어져

 

이렇게 쌓인 운용 경험과 노하우는 다음번 위성을 개발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실제 항우연의 위성종합·통신해양기상관제실 관계자들은 차기 위성 개발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면서 그동안 운용에서 발생했던 문제점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된 위성과 지상국 시스템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위성종합관제실 연구진과 기술진은 오는 2019년부터 차례로 발사할 예정인 ‘아리랑 6호’와 7호,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에, 통신해양기상관제실 연구진과 기술진은 2018년과 2019년 발사 예정인 ‘천리안 2A’와 ‘2B’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항우연은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1호, 2호, 3호, 5호, 3A와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을 개발하면서 제작은 물론이고 관제 측면에서도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위성이 많아지고 탑재체의 성능이 갈수록 첨단화될수록 관제실은 할 일이 많아지고 더욱 분주해진다.

 

하지만 관제실 연구진과 기술진은 또 다른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우주 강국으로 가기 위한 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항우연의 위성종합·통신해양기상위성관제실은 오늘도 24시간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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