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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출발 괜찮은 ‘투트랙’ 대일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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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9 23:25:59 수정 : 2017-05-19 23: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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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과거사·북핵대응 분리 전략 / 韓·日관계 개선 물꼬 잘 텄지만 / 위안부문제 마냥 미룰 순 없어 / 재협상 타이밍도 잘 판단하길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일본으로 특사를 보냈다. 미국과 중국에도 특사를 보냈지만 일본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일 관계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특사가 전한 문 대통령의 친서 내용과 이를 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반응을 보면 양국의 관계는 개선 흐름을 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최근 양국 관계가 악화한 주요 원인인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는 서로 조심스럽게 입장차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선거 기간 재협상을 공약했던 문 대통령은 이번 친서에서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고, 아베 총리는 합의 준수를 언급했지만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일 외교가 파국을 맞는 상황은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모양이다. 대신 양국 정상은 북한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의 중요성과 정상 간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같은 생각임을 확인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위안부 등 역사 문제는 꾸준히 해결을 시도하되 다른 분야 전체를 가로막지는 않도록 분리해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일 외교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를 내걸어 수년간 정상 외교를 포기했다가 갑작스럽게 위안부 문제 합의에 나서면서 ‘대다수 국민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을 내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했다. 이런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빨리, 그리고 자주 만나자는 데 공감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대화를 많이 하면 오해를 풀고 이해할 수 있고, 신뢰가 쌓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특사로 온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과 지난 18일 만났을 때 “당선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선거 기간 중 발언을 언급하며 대북정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문 특사가 “일본, 미국과 충분히 협의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등의 전제 조건이 있는 발언이었다고 설명했고, 그제야 아베 총리는 “역시 만나서 말을 해봐야 오해가 풀린다”며 문 대통령을 자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해야 할까. 투트랙 전략으로 국익을 챙긴다는 문재인정부의 대일 외교는 일단 좋은 출발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언제까지 옆으로 미뤄둘 수 있을지는 걱정스럽다. 아베 총리와 아베정권의 주요 인사들은 ‘전쟁 미화’ 비판에도 계속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공물을 보낼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위안부 문제는 마냥 미뤄둘 수도 없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고령이기 때문에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

마침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일본군 위안부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성노예 제도의 희생자라고 규정했고, 한·일 합의는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보상·재발 방지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집하면서 “2015년 위안부 합의는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던 일본 정부의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한국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할 근거가 생긴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여론 싸움에도 도움이 될 재료다. 일본 정부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무시하다가 갑자기 고문방지위원회에 반론문을 제출하겠다며 대응 자세를 바꾼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결국 타이밍의 싸움이 될 것 같다. 너무 서두르다 한·일 관계가 더 꼬일 수도 있고, 너무 방치하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버릴 수도 있다. 420년 전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의 물길이 바뀌는 때를 이용해 열세를 극복하고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때를 아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문 대통령도 그 때를 잘 판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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