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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다뉴브강] 새벽안개 가르고… 모차르트 음악의 도시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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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1 10:06:09 수정 : 2017-05-21 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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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도시 비엔나 이른 새벽, 크루즈는 어둠이 어슴푸레 잠긴 다뉴브강을 따라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낮게 깔려있던 구름이 밀려나고 강은 물안개와 어우러진다. 갑판에 올라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따듯한 차를 마시니 잠기운이 달아난다. 강변은 온통 짙은 숲으로 우거져 있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현대식 선박을 제외하면 마치 오지를 탐험하는 느낌이다. 

이른 새벽, 크루즈는 어둠이 어슴푸레 잠긴 다뉴브강을 따라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낮게 깔려있던 구름이 밀려나고 강은 물안개와 어우러진다.
동유럽은 오래된 문화와 건물뿐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는 숲과 강이 펼쳐져 있다. 현대화된 국가들이 모여 있지만 인위적인 개발보다는 서로 협력하며 자연을 보존하는 모습이 많은 시사점을 준다.

다뉴브강에는 많은 리버 크루즈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갑판에서 아침 상념을 뒤로하고 내려온 레스토랑에서는 아침식사가 한창이다. 뷔페와 선택 메뉴가 함께 제공되는 아침을 먹는 사이, 배는 선착장으로 들어선다. 낭만과 음악의 도시, 아름다운 ‘비엔나’(우리에겐 영어식 이름인 비엔나가 멋스럽고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공식 이름은 빈이다)에 도착한 것이다.

다뉴브강 상류 오른쪽에 자리 잡은 빈은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중부 유럽의 경제·문화·교통 중심지이다. 특히 1440년 합스부르크 왕가가 들어선 이후, 수백년 동안 유럽 전체에 정치, 문화, 예술, 과학, 음악 등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슈테판 성당 앞은 인파가 몰리고 수많은 상점이 늘어서 있다. 성당 앞에 자리한 노천카페에 앉아 성당을 바라보며 비엔나커피를 마신다.
그러나 자신이 일으킨 1차 세계대전에 패배하면서 합스부르크 왕가는 소멸하였고 오스트리아도 정치적 혼란을 겪어야 했다. 독일에 합병되면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가 소련에 점령당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엔 연합국의 신탁통치를 받다가 1954년 독립할 수 있었다. 지금은 스위스와 같이 유럽의 6개 영세중립국 중 하나이며, 헌법에 영속적 중립성이 명시돼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빈의 옛 영광은 사라졌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만은 음악인들의 고향이자 수도라고 할 수 있다. 악성 베토벤이 생애 대부분을 빈에서 보내면서 인류의 자산이 된 아름다운 음악들을 남겼고, 잘츠부르크에서 초년을 보낸 모차르트 역시 이곳에서 불멸의 명곡들을 써 내려갔다.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가 태어나고 요한 슈트라우스가 감미로운 왈츠를 작곡한 곳도 빈이다.

조성된 지 150년이 넘는 빈의 링거리는 구시가지를 감쌌던 성벽을 허물고 조성해 둥그런 형태를 갖추고 있다. 길을 따라 오페라하우스, 박물관, 국회의사당 등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빈에서의 크루즈 일정 역시 시내 관광과 함께 저녁에는 클래식 음악 공연이 포함돼 있다. 아침을 마치자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시내투어가 시작됐다.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가벼운 차림으로 일행과 함께 빈 거리로 나섰다. 투어는 빈의 가장 아름다운 링거리를 따라 진행된다. 조성된 지 150년이 넘는 링거리는 빈의 구시가지를 감쌌던 성벽을 허물고 만든 둥그런 형태의 거리이다. 길을 따라 오페라하우스, 박물관, 국회의사당 등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가득한 빈에서는 국회의사당도 멋진 그리스 신전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스식 조각상들로 둘러싸인 분수대에서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황금으로 치장한 채 우뚝 서있다. 빈 시청사 역시 고딕양식의 웅장하고 멋진 건물이다. 공공기관 건물들조차 예술 작품인 듯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역시 빈다웠다.

슈테판 성당
게티 이미지 제공
인파가 몰리고 수많은 상점이 늘어선 링거리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슈테판 성당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훌륭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꼽히는 슈테판 성당은 1147년에 지어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시작해 고딕 양식으로 완성됐다고 한다.

치장이 화려한 웅장한 첨탑은 밑에서 올려다보니 까마득히 높아 보인다. 높이가 137m에 달한다고 한다. 황금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모자이크 지붕도 25만개의 벽돌 기와가 사용돼 아름다움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성당은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성당 앞에 자리한 노천카페에 앉아 성당을 바라보며 비엔나커피를 마신다. 구름이 드리운 성당이 마치 비엔나 커피와 묘하게 어울린다. 선상에서 점심식사가 제공되지만 빈에서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작은 식당에 들러 점심을 주문했다. 우리나라의 돈가스를 연상시키는 비너 슈니첼과 맥주가 차려진다. 송아지고기를 사용하는 슈니첼은 고기를 넓고 얇게 저며서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음식이다. 오스트리아가 맥주에 있어서는 빠지지 않는 나라인 만큼 알싸한 맥주와 잘 어우러진다.

빈의 쇤브른 궁전.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으로 구왕궁과 신왕궁으로 나뉜다.
시내 투어는 점심식사 이후에도 이어졌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궁전으로 사용된 쇤부른궁은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에 비견되곤 한다. 붉은 벽돌 지붕에 ‘합스부르크 옐로’라고 불리는 독특한 색채의 노란색 건물은 오후 햇살과 잘 어우러졌다.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궁전은 화려한 장식의 내부에 1441개나 되는 방이 있다. 지금은 40여개의 방만 공개되는데, 그것만으로도 당시의 생활이 얼마나 호화로웠는지를 알 수 있다.

빈 여행의 백미는 해가 지면서부터다. 낮에는 보는 여행이라면 저녁은 듣는 여행, 바로 클래식 음악 공연을 감상할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 몸은 다소 피곤했지만 빈에서의 클래식 공연을 놓칠 수는 없다. 이제 음악과 공연으로 물드는 빈의 아름다운 밤이 기다린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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