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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이란 말아둔 종이를 펴는 것… 오랜 시간 마음의 공부 필요"

입력 : 2017-05-10 03:00:00 수정 : 2017-05-09 21: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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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스승’ 까루 린포체 설법집 국내 첫 출간/16세부터 15년간 홀로 은둔하며 명상/ 1989년 입적할 때까지 선지식에 몰두/ 카리스마 넘치는 설법으로 불교 전파/“삶의 경험 토대로 진리 깨닫는게 목적”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톈진 가초(82· 달라이 라마 14세)가 존경한 스승 ‘까루 린포체’(Kalu Rinpoche·1904∼1989)의 설법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책에 나온 설법은 서양인(프랑스인)들에게 티베트불교의 진수를 전하는 내용이다. 설법은 쉽고 이해하기 쉬웠으며 불교를 인간 삶 속으로 보다 쉽게 다가서도록 했다고 당시 프랑스언론은 전했다. 까루 린포체의 설법집은 이번에 출판된 제1권 ‘수승한 불교이야기’에 이어 두 권이 더 나온다. 제2권은 ‘심오한 불교: 소승부터 금강승까지’, 제3권은 ‘비밀한 불교: 금강승 수행’이다.

제1권 ‘수승한 불교이야기’는 까루 린포체의 제자이자 비서였던 ‘라마 걜첸’의 회고담을 담은 책이다. 라마 걜첸 역시 티베트불교의 저명한 학자로 까루 린포체의 조카이다. 두 번째 책 ‘심오한 불교’에서는 소승(小乘)과 대승(大乘) 불교의 원리를 제시하면서 마음의 본성, 번뇌 등을 조절하는 법, 윤회계의 삶, 업 등에 대한 설법을 담았다. 세 번째 책 ‘비밀한 불교’에서는 금강승 불교의 원리와 진언, 관정(灌頂: 부처님의 오지를 상징하는 다섯 병의 물을 머리 위에 붓는 의식), 나로 육법(요가의 원리) 등을 풀이한다.
까루 린포체가 1971년 프랑스를 처음 방문할 당시 설법 장면. 당시 프랑스 언론들은 그를 동양의 현자라고 칭송했다.
정신세계사 제공

까루 린포체는 1971년 프랑스를 첫 방문했다. 이미 칠순에 접어든 까루 린포체는 카리스마 넘치는 설법으로 불교의 진수를 서양인들에게 전수했다. 그는 “설법은 불경을 외우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인간사의 경험을 토대로 불교의 진리를 깨우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린포체는 “(불자의) 수행이란 말아놓은 종이를 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불법을 처음 알아가는 분들은 깨달음이 몇 주나 몇 달 만에 이뤄질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열심히 수행합니다. 곧 별로 진전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번뇌 망상은 여전하고 오히려 전보다 더 많아집니다. 결국 불교 수행은 별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는 떠나버리지요. 우리의 마음은 무시(존재) 이래로 무명에 싸여 있었다는 사실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마치 오랫동안 말아두었던 종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원래대로 펴지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린포체의 설법 가운데 마음공부를 강조하는 대목이 많다. “마음의 본성을 모르고 명상을 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마치 비포장도로를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본성을 아는 순간부터 명상은 마치 비행기를 탄 것처럼 쉬워집니다.” 티베트 불교는 명상과 수행을 중시하는 소승불교에 속하며, 따라서 마음 공부를 중시한다.

까루 린포체는 오늘날 티베트 불교를 이끌고 있는 스승들을 길러낸 ‘스승의 스승’으로 꼽힌다.

그는 상서로운 조짐과 함께 태어났다고 전한다. 비범한 재능을 보였던지 일찌감치 19세기 위대한 선지식인(잠곤 꽁뚤 린포체)의 환생자로 인정받았다. 다른 비구들과 똑같이 생활하며 전통적인 방식대로 교학 공부와 수행에 정진했다.

그는 16세부터 홀로 15년간 은둔하며 명상으로 석가 불법의 의미를 깨쳤다. 다양한 불교 법맥의 수행법을 두루 통달했다. 1956년 무렵 중국의 침공으로 티베트불교가 인도 북부 산악지대로 망명하면서 그는 더욱 선지식에 몰두했다. 1989년 입적할 때까지 전세계에 100여 개의 까루 린포체의 수행센터가 세워질 만큼 큰 스승으로 존경받고 있다.

린포체는 음식도 챙기지 않고 토굴에서 수행하곤 했다. 누구에게도 행선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일개 미물인 사슴이 그의 위치를 알려준 일화는 유명하다. 수행하던 어느 날 그의 모친은 아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을 졸이며 아들을 기다리다 음식을 싸들고 아들을 찾아나섰다. 아들이 명상하고 있다는 산속을 걷다 길을 잃고 말았다. 그때 큰 사슴이 나타나 길을 인도해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린포체가 명상 수행하고 있는 토굴에는 마실 물조차 없었다. 붉은색의 과즙이 전부였다. 모친이 음식을 내어놓자 린포체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여기엔 작은 친구들이 많이 있거든요. 개미들요. 그들과 함께 먹을게요.”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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