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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프라하의 봄, 축제와 치유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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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8 23:27:33 수정 : 2017-05-08 23: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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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는 매년 30만명이 넘는 우리 관광객이 찾는 도시이다. 오래전 방영된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촉발한 측면도 있겠지만, 이 도시가, 아니 체코 전체가 우리에게 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체코는 우리에게 몇 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로 와 닿는다. 우선 체코가 제공하는 보헤미안적인 요소이다. 프라하뿐 아니라 카를로비바리, 체스키크룸로프 등 주요 도시에 가보면 자연과 문화가 잘 조화된 감수성이 곳곳에 묻어 나 있다. 그리고 이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그들만의 독특한 재주가 있다. 아울러 우리가 갖지 못한, 우리도 가졌으나 잃어 가고 있는 그 무엇을, 체코가 우리에게 제공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방랑가적 기질 속에 숨은 창조성일 수도, 끊임없는 자기 정체성의 모색일 수도 있고,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도 전통을 유지해 나가는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체코 사람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국가 재정이 아닌 국민 성금으로 만들어진 국립 극장의 존재를 빠뜨리지 않는다. 1920년대 주변국이 전체주의의 길을 가고 있을 때, 민주주의 섬으로 자기 정체성을 지켜낸 체코인 저력의 밑바탕이다.


문승현 주체코 대사
체코는 또한, 광장의 문화가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프라하의 봄이나, 벨벳혁명 당시에 수많은 군중이 모여 체코의 미래를 토론하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 위해 소통했던 프라하의 바츨라프광장은 체코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우리에게도 광화문광장의 문화가 있기에 신시가지를 거닐다 보면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체코에서 1968년 일어난 프라하의 봄은 체코에서의 민주화 운동이 좌절된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이제는 축제와 치유의 순간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매년 5월에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제가 개최된다. 과거 역사의 질곡을 승화시켜 새 역사를 만들어 나가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늘의 우리를 투영해 보게 된다.

체코 사람은 유난히 한국 사람에 대해 호의적이다. 우리의 체코에 대한 투자 및 많은 우리 기업의 진출, 그리고 관광객 수로 9위(아시아 국가로는 2위)를 차지하는 우리의 위상에 대한 평가일 수 있다. 체코 정부 내 고위인사는 체코를 ‘유럽에 떠 있는 한국의 항공모함’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이곳에 부임 후 가장 많이 듣는 한국에 대한 평가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성취해 내는 국가라는 것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뒤를 잇는다. 이들의 한국에 대한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12년째 프라하에서 한국 영화제를 개최해 오고 있는 스트라코바씨, 체코 과학원 내 위치한 한국 도서관을 지켜 내려는 도서관장의 열정, 체코 내 한국학의 산실을 이끄는 한국학과장, 그리고 체코 내 한류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OMG(Oh my girl그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국사랑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들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오히려 우리의 모습에 대한 자기 반성적 질문으로 돌아오곤 한다. 과연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이곳을 방문한 모든 한국 사람이 소중하게 쌓아온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이는 체코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문승현 주체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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