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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존경하는 인물, 민족 지도자 김구 지고 통합 리더십 세종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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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30 16:04:18 수정 : 2017-04-30 16: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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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취업 면접을 준비하는 청년이라면 한 번쯤 출제에 대비해 답을 준비해봤을 법한 질문이다. 인생의 롤모델을 물어보면 지원자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알아볼 수 있는 만큼 면접에서 자주 등장한다.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일에 지원한 대통령 후보들도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지금까지 대선 후보들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통해 자신이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지 국민에게 어필해왔다.

◆존경하는 인물에서 사라진 김구

15~19대 유력 대선 후보들이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밝힌 존경하는 인물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 중 하나가 백범 김구였다. 15대 대선 당시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16대의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17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김구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를 이끌며 민족의 지도자로 우뚝 선 독립운동가인 김구는 광복 후에도 민주주의에 몸을 바친 대표적인 인물이다. 1948년 남한의 단독 총선거를 반대하고 통합정부 수립을 주장하며 북한과 관계회복에 힘쓰기도 했다. 대선 당시 북한을 상대로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몇몇 후보는 김구의 사상이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를 추앙했다.

주목할 점은 18·19대의 유력 대선 후보들 중 김구를 닮고 싶다고 직접 꼽은 이는 없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19대 대선에서는 북한이 5차까지 핵실험을 감행하고,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등 급박해진 안보상황을 후보들이 의식한 결과로 풀이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김구는 뉴라이트 진영에서 비판을 받는 인물”이라며 “이번에 나선 대선 후보들이 이데올로기 갈등에 휘말라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김구를 존경한다고 밝힌 이들은 과거 주로 야권 인사들인데, 이번 대선에서는 안정적으로 지지표를 받고 있는 야권에서 이념적인 갈등의 여지를 남겨서 좋을 게 없는 만큼 다른 인물을 꼽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통합의 이미지 세종대왕

19대 대선의 유력 후보 5명 중 3명이 18대에도 출마했기 때문에 지난번 대선과 존경하는 인물이 달라졌는지 여부도 궁금하다.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존경하는 인물로 다산 정약용을 꼽았다. 정약용은 조선시대 민본주의와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경세치용과 이용후생이 종합된 개혁사상과 상공업을 강조하며 경제부흥을 꿈꿨다.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양자구도의 화두는 단연 경제민주화였기 때문에 문 후보가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정약용을 들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문 후보는 19대 대선 들어 지난 25일 TV 토론회에서 자신의 리더십과 닮은 역사적 인물을 묻는 질문에 세종대왕이라 답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세종대왕은 전분 6등법, 연분 9등법이란 획기적이고 공정한 조세개혁을 했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17만명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 후 실시했다”고 닮고 싶은 이유로 들었다. 이어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세종 때까지 고려의 잔존세력이 남아있어 쿠데타의 위협이 있었다”며 “세종이 신권과 왕권을 모두 아우른 인물이라 통합과 안정을 강조하고 싶어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8대 대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롤모델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을 꼽았다. 안 후보는 자신의 이념적 색채를 중도라 선언했지만 이명박 정권의 대기업 위주 낙수 정책이 한창 화두가 됐던 터라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미국의 시장실패에 따른 대공항을 타개하고자 국가의 간섭을 늘리는 뉴딜정책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이는 규제 완화와 기업 위주의 성장과 고용을 외치는 19대 대선 안 후보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안 후보의 경제 색채가 18대와 비교해 '우클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지난 4차 TV 토론에서는 세종대왕을 닮고 싶은 리더십으로 선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세종대왕이 장영실을 등용한 것은 출신을 따지지 않고 실력만 인정해서 나온 결과”라며 기회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 외에도 백성들로부터 정책들을 경청하고 효과 검증한 사례가 있다”며 소통의 측면에서도 세종대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각각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약용, 조선 초의 정치가 정도전을 각각 닮고 싶은 인물로 선택했다. 홍 후보는 보수표를 얻기 위해, 유 후보는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심상정 후보는 개혁적인 성향에 맞춰 각각 닮고 싶은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교수는 “대선 후보들은 존경하는 인물로 아무나 얘기하지 않는다”며 “존경하는 인물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존경하는 인물로 간디를 꼽았는데 노무현 정부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으면서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개혁적 이미지를 담기 위한 포석”이라 분석했다.

15대 때 김대중 후보가 이율곡과 서재필을 선택한 것은 이율곡의 10만 양병설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약점이라 지적됐던 안보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서재필의 학자적 풍모를 정치에 접목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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