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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 끝나지 않은 충돌 후유증, 서로 사과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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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9 06:00:00 수정 : 2017-04-29 00: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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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 이정현(오른쪽)과 삼성 이관희가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매치업됐다. KBL 제공
어색했다. 한쪽에서는 환호성이 터지는 반면 반대편에서는 야유가 나왔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나온 충돌의 앙금은 아직 진행중이다.

지난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1쿼터 안양 KGC인삼공사 이정현과 삼성 이관희는 몸싸움을 벌였다. 이정현이 이관희의 목을 팔로 밀쳐 파울을 범했고, 넘어진 이관희는 참다 못해 일어나서 똑같이 팔로 이정현을 밀어 넘어뜨렸다. 이후 이관희는 1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 3차전에 결장했다.

당사자 둘이 만났다.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1쿼터 5분여 남았을 무렵 이상민 삼성 감독은 임동섭을 빼고 이관희를 넣었다. 이관희는 바로 이정현과 매치업이 됐다. 서로 의식한듯 거친 플레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정현과 이관희 모두 맡은바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33분31초를 뛴 이정현은 14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기회가 올 때마다 슛을 던져 득점을 뽑아냈지만 3점슛 9개를 던져 1개만 림을 가른 부분은 아쉽다. 턴오버도 4개로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의식은 안 한다지만 쏟아지는 야유를 견뎌내기는 쉽지 않다.

초반 삼성은 득점이 나오지 않아 고전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4분여 지나서야 처음 골밑슛으로 개시했다. 이후에도 라틀리프 홀로 득점이 이어졌다. 삼성은 국내 선수 중에서 가장 먼저 림을 가른 선수가 이관희다. 외곽에서 거침없이 파고들더니 속공에 이어 레이업슛을 성공했다. 바스켓카운트까지 얻어내 2층을 가득 메운 삼성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이를 포함해 이날 이관희는 17분56초 동안 5득점 4리바운드 1스틸을 올렸다.

삼성 이관희(오른쪽)가 지난 23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KGC인삼공사 이정현을 팔로 밀고 있다. 연합뉴스
코트 안에서 서로의 플레이는 각자의 편에서 보면 크게 흠 잡을 게 없었다. 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아쉬운 대목이 여럿 보인다. 우선 두 선수는 아직도 대치 중이다. 이관희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정현을 두고 “그 선수”라고 했다. 이관희와 이정현은 연세대 1년 선후배에 상무에서 함께 군생활을 했다.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형’ 내지는 ‘선배’라고 하거나 ‘이정현 선수’라고 할텐데 끝내 그는 ‘그 선수’라고 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굳이 친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프로에서 충돌이 벌어지면 다음 경기를 앞두고 당사자끼리 만나서 사과를 한다. 설령 쇼일지라도. 선수가 내키지 않더라도 구단끼리 서로 앙금을 푸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관계자를 통해 경기 후 당사자들이 연락을 주고 받아 풀었다고 해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관희와 이정현은 이후 따로 연락조차 주고 받지 않았다.

이관희는 “평소 후배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후배들에게 말을 했고 그래서 간절함이 일어 승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KGC 선수들이 몸 풀 때 저희 선수들한테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우리가 한 발 더 뛰어 이기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 시즌 마지막 챔프전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막으려고 경기 전 따로 소통이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서로 말 한 마디도 주고 받지 않게 할 만큼 분위기를 냉랭하게 할 필요는 있을지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자는 뜻이 아니다. 팬들에게는 사과했지만 당사자 간 갈등을 여전히 풀지 않고 있다. 사과 없이 시리즈를 이어가면 시한폭탄을 안고 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잠실=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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