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로즈’가 박스오피스에서 누적 관객 1만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영화는 아일랜드 독립전쟁 이후 혼란했던 1940년대를 배경으로 사랑을 위해 삶을 온전히 내던진 로즈 맥널티(루니 마라)의 이야기다. 그는 자식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50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살면서 성경책에 기대어 삶의 흔적들을 기록해가며 진실을 밝혀낸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이야기 구조도 탄탄하다. ‘로즈’는 아일랜드 작가 서배스천 배리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서배스천 배리는 아일랜드 문단이 낳은 최고의 문장가이자 스토리텔러다.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아일랜드의 역사를 담기로 유명한 그는 ‘로즈’에서도 아일랜드의 독립과 내전의 역사를 바탕으로 개인 삶의 질곡을 그려냈다. 원작이 지닌 울림과 충격적인 반전, 그리고 서정적이고 미스터리한 스토리는 관객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객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연출이다. ‘나의 왼발’과 ‘아버지의 이름으로’로 유명한 짐 쉐리든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섬세한 연출력을 통해 혼돈의 아일랜드 역사 속에 숨겨진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애틋하게 펼쳐냈다. 영화는 사랑이야기이지만 감독은 아일랜드 독립전쟁 뒤 혼돈의 시대를 과연 한 여자의 사랑이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지를 질문한다.
아일랜드 영화산업은 규모면에서는 한국보다 작지만 국제적이며 할리우드에서의 경험도 풍부하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아일랜드 특별전: 더블린에서 할리우드까지’를 개최한 바 있다. 아일랜드 영화가 이렇게 발전한 이유는 바로 아일랜드 출신 감독에 있다. ‘아일랜드 영화계 빅3’라고 불리는 존 부어만, 닐 조단, 짐 쉐리든 감독은 뛰어난 연출능력으로 작은 섬나라의 독립전쟁과 사회상 그리고 풍광을 영화를 통해 세계에 알렸다.
우리나라 역시 아일랜드 못지않은 풍부한 역사적 소재들이 있다.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6·25전쟁을 통해 민족분단의 아픔도 경험했다. 최근 칸과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에서 우리 감독들의 활약이 뛰어나다. 하지만 더 훌륭한 연출과 보다 좋은 시나리오를 개발한다면 한국영화의 국제화를 앞당길 수 있다.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아일랜드를 롤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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