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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빅리그 반짝 데뷔… 야구 불모 ‘리투아니의 별’ 네버로스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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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7 21:18:23 수정 : 2017-04-27 21: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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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가 열린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 홈팀 피츠버그가 3-13으로 크게 뒤진 8회 초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 청년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기울어진 경기에 나온 패전 처리 투수였지만 그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등판이었다. 

이 청년의 이름은 도비다스 네버로스카스(24·사진)다. 그는 이날 리투아니아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야구 불모지 리투아니아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된 것이다. 1933년 필라델피아 에이스 구단에 조 재퍼스타스라는 리투아니아계 선수가 5타석에 나섰다는 기록이 있지만 그의 출생지가 불분명한 데다 보스턴에서 자란 것으로 확인돼 네버로스카스가 1호 리투아니아 출신 메이저리거로 공인받았다.

리투아니아는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다. 유럽 자체가 야구에 관심이 많지 않지만 리투아니아는 더더욱 그렇다. 1차세계대전 직후 1920년에 야구가 리투아니아에 전해졌지만 1944년 소련에 편입되면서 냉전시대 ‘미국 스포츠’ 야구는 설 땅을 잃었다. 리투아니아에서 야구가 재개된 것은 야구가 올림픽 종목이 된 1984년 언저리다.

네버로스카스를 야구로 이끈 이는 아버지 비르미다스다. 그는 1980년대에 리투아니아 최초의 야구클럽을 만들었다. 신발공장을 하는 동생으로부터 쓰다 남은 가죽을 받아 팀 동료를 위해 글러브를 만들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또한 아들 네버로스카스와 같은 어린 선수들의 육성에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에서 비인기 종목 야구의 환경은 열악했다. 네버로스카스는 자갈투성이 축구장에서 야구를 해야 했다. 그래도 비르미다스는 아들이 재능을 보이자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등 그나마 리투아니아보다 실력과 환경이 더 좋은 이웃나라로 야구 유학을 보내는 열의를 보였다.

아버지의 열성 덕이었는지 네버로스카스는 기회를 잡았다. 16세이던 2009년 그는 메이저리그가 유럽에서 실시한 야구 캠프에서 145㎞의 강속구를 뿌려 피츠버그 스카우트의 눈에 들었고 6만달러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네버로스카스가 리투아니아 국기를 배경으로 자신이 투구하는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네버로스카스 페이스북

네버로스카스는 부와 명예를 꿈꾸며 미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가장 낮은 등급인 루키리그에서 출발해야 했다.

네버로스카스는 2013년 싱글A 리그로 올라섰지만 선발투수로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결국 보직을 불펜투수로 바꾸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트리플A 리그에서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하면서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선정됐고 피츠버그 구단도 그를 메이저리그로 불러올 수 있는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조금씩 빅리그에 가까워지던 중 기회는 갑자기 찾아왔다. 피츠버그 구단은 아담 프레지어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자 네버로스카스를 메이저리그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비록 패전처리였지만 당당하게 첫 등판을 마쳤다. 네버로스카스의 데뷔전 성적은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리투아니아에서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누군가 나의 발자취를 따라 올 수 있을 것”이라며 감격해했다.

다만 네버로스카스는 27일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갔다. 공교롭게도 그의 빈 자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내야수 기프트 은고페이(27)라는 ‘역대 1호 순수 아프리칸 메이저리거’가 채웠다.

송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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