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태형의우주여행] 토성위성 ‘엔켈라두스의 바다’

관련이슈 이태형의 우주여행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4-28 00:02:41 수정 : 2017-04-28 00:02:4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영하 200도 지표면 아래 액체의 바다 / 외계서 첫 생명체 발견 새 역사 열릴까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토성의 위성인 엔켈라두스의 남극에서 심해수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엔켈라두스는 2005년 이래로 남극 근처에서 여러 차례 물기둥이 발견돼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함께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천체로 알려져 왔다.

2015년 10월 28일, 토성을 탐사하고 있던 나사의 카시니 탐사선은 엔켈라두스의 남극 근처를 낮게 날면서 물기둥에서 분출되는 물질을 수집했다. 나사는 이 물질을 분석한 결과와 여러 가지 관측자료를 종합해 엔켈라두스 표면 아래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물기둥에 다량의 수소 분자가 포함된 사실로부터 엔켈라두스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도 함께 발표했다.

깊은 바닷속에서 고온·고압의 물이 암석 속에 포함된 금속과 반응하면 수소가 발생한다. 이것을 수열반응이라고 한다. 햇빛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는 이 수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아주 작은 미생물이 있다.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결합해 메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메탄균과 같은 세균이 바로 그것이다.

엔켈라두스는 지름이 약 500㎞로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에 비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는 15억㎞ 정도로 지구보다 열 배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표면의 온도는 영하 200도 정도로 매우 낮다. 이렇게 낮은 온도의 위성 표면 아래에 어떻게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고, 뜨거운 물에 의해 수열반응이 일어날 수 있을까.

엔켈라두스에는 지구처럼 뜨거운 마그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원인은 토성의 중력,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토성의 기조력 때문이다. 기조력은 중력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힘으로 밀물과 썰물을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엔켈라두스에 미치는 토성의 중력은 토성을 향한 쪽과 반대쪽에 차이가 난다. 중력은 거리가 가까울수록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딱딱한 고체의 양쪽에 서로 다른 크기의 힘이 작용하면 어떻게 될까. 커다란 종이를 두 사람이 앞뒤에서 두 손으로 펼쳐 잡고 걸어간다고 생각해보자. 앞에 가는 사람이 빨리 가고, 뒤에 가는 사람이 천천히 가면 그 종이는 앞뒤로 찢어지고 말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조력이다. 즉, 기조력은 양쪽에 미치는 중력의 차이 때문에 약한 힘이 작용하는 곳에서는 강한 힘이 작용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힘을 받게 되는 현상이다. 엔켈라두스에 작용하는 기조력으로 인해 얼어 있는 내부에 균열이 생기고, 균열된 틈 사이에 마찰열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이 열로 인해 엔켈라두스 내부에 바다가 만들어지고 갈라진 틈으로 물기둥이 솟구치게 되는 것이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지하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미국과 유럽은 2020년대에 각각 엔켈라두스를 향해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를 조사하는 탐사선도 비슷한 시기에 발사될 예정이다. 머지않아 태양계 얼음 위성의 바닷속 비밀이 밝혀질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형태의 생명체도 지구 밖에서 발견된 적은 없다. 비록 세균과 같은 작은 미생물이라도 지구 밖에서 발견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엄청난 발견이 될 것이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