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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민식 "권력에 중독된 인간… 추악한 민낯 그려냈죠"

입력 : 2017-04-27 19:59:47 수정 : 2017-04-27 19: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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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별시민’서 서울시장 변종구역 맡은 최민식

“‘사람들이 믿도록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선거야’라는 극 중 변종구의 대사처럼 ‘욕망에 중독된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족조차 그에게는 중요치 않죠. 권력을 향해 질주하는 한 인간의 궤적을 쫓다 보면 가족을 희생시키는 것쯤은 있을 법한 일이고··· 변종구의 가족, 그의 집구석 꼴을 한번 노출하자 생각한 겁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끝내 욕망을 채우려는 인간의 민낯을 그려냅니다.”


‘쉬리’ ‘취화선’ ‘올드보이’ 등 한국 영화사를 빛낸 작품을 비롯해 ‘악마를 보았다’의 연쇄살인마 장경철,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의 비리세관원 최익현, ‘신세계’ 경찰청 수사기획과 강과장, 그리고 1761만 관객을 불러들이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의 이순신 장군까지, 최민식의 연기는 언제나 객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객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그에게 흡수된 채 동일한 감정선을 탄다.

26일 개봉한 박인제 감독의 신작 ‘특별시민’은 배신과 음모, 흑색선전이 판치는 선거판을 통해 그 이면에 도사리는 인간의 욕망을 조명한다. 최민식은 차기 대권을 노리고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 역으로 나온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자식마저 희생시키는 인물이다.

“할리우드와는 달리 한국 영화는 그동안 선거를 본격적으로 다뤄 본 적이 없었어요. 다룰 만한 소재가 넘치는데… 시나리오를 읽은 뒤 우리도 한번 만들어 보자는 호기로 참여한 겁니다.”  

더없이 친근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다가도 한순간 상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꾸는가 하면, 쉽사리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운 포커페이스 등 보는 이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는 그의 연기는 이번에도 입체적인 변종구 캐릭터의 날을 살린다.

“살아오면서 느껴왔던 우리 정치에 대한 잔상을 떠올려 봤습니다. ‘말’이더라고요, 말. 말로써 소통하고, 말로써 상처를 남기고, 말로써 스스로 망가지고… 흥망성쇠가 말 속에 있었던 거예요. 변종구의 말에 유독 집중한 이유입니다. 처음부터 상황에 충실하며 대사를 구체적으로 묘사해야겠다 마음 먹고 시작했어요.”

그가 가장 고심하고 심혈을 기울인 장면은 출마선언 연설이다. 장문의 대사로 이루어진 긴 호흡의 대목인 데다 좌중을 사로잡는 언변의 소유자인 변종구의 면모를 인상 깊게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연설을 할 땐, 변종구라는 사람이 확연히 드러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변종구는 뻔한 내용으로도 어느 새 청중을 빠져들게 만드는 달변가입니다. 보좌관이 써준 판에 박힌 연설이 아니라 자신만의 유머와 독설, 권모술수를 넘나드는 캐릭터가 녹아 있어야 해요.”

그래서 그는 이번 영화의 출마선언 연설문을 직접 작성했다. 서울시장 후보들이 벌이는 TV토론 장면에서도 짜인 대본 없이 즉흥연기를 소화해내며 극의 사실감을 배가시켰다. 시나리오상의 설정과 방향만 정한 가운데, 현 서울시장으로 방어에 나서는 변종구와 그에 맞서는 강력한 야당 후보 양진주(라미란)의 토론을 애드리브로 진행했다.

“원래 대본이 있었지만, 끼워 맞춘 대사를 따라 하는 것은 재미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즉흥대사를 통한 상대 배우의 공격에 당황하면서 ‘준비가 안 된 후보’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게 더 감각적으로 다가오지 않겠느냐 싶어 대본 없는 난상토론으로 간 겁니다.”

사극과 현대극, 악인에서 영웅까지 소화해내는 배역의 스펙트럼이 드넓은 그가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냥 제가 끌리는 시나리오를 제일 먼저 고릅니다. 일단 흥행성은 염두에 두질 않죠. 해보고 싶은,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인물을 선택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개봉한 게 부담스럽지 않은가 물었다. ‘든든한 배우’ 최민식답게 망설임 없이 곧장 답을 건넨다.

“이 시국에 또 정치영화냐 징글징글하다라고 지적하실지 모르겠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우리 스스로 ‘지겹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겹지만 끝장을 내야죠. 이 영화가 누군가를 투표장으로 이끌거나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 투표를 잘하자는 얘깁니다. 선거를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선거는 미래다’라고 답할 겁니다. 표 한 장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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