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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악 인도적 재앙 직면한 예멘…국제사회 뒤늦은 지원

입력 : 2017-04-26 13:59:52 수정 : 2017-04-26 13: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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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에 가려 국제적 관심 부족…700만명 기아 상태
내전의 수렁에 빠진 아랍 최빈국 예멘의 기아 사태가 지구 최악의 인도적 재앙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생존 위기에 처한 예멘을 돕기 위해 유엔 주도로 국제사회가 발 벗고 나섰다.

유럽에 난민 사태 등 직격탄을 안겨주며 국제적 관심사가 된 시리아 내전과 달리 아라비아반도 남단에서 벌어지는 예멘 내전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고 속으로 인도적 재앙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엔과 유니세프, 세계식량계획 등은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멘 지원 기금 조성 회의를 열어 올해 목표로 세운 21억 달러(2조3천600억 원)의 절반이 넘는 11억 달러의 기부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회의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들과 독일, 미국, 영국 등이 기부를 약속했다. 유엔은 두 달 전부터 예멘 돕기 21억 달러 기금 마련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조성된 기금은 목표의 15%에 그쳤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예멘에서 10분 마다 5세 이하 어린이 한 명이 죽어가고 있다"며 ""오늘 하루 회의를 하는 동안에도 50명의 예멘 어린이가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멘 어린이들의 죽음은 적절한 대응만 있으면 모두 예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예멘 어린이들이 수도 사나에서 원조품 수입 항구인 후다이다까지 1주일간 '빵을 위한 행진'을 벌인 뒤 예멘 사태에 본격 개입했다.

어린이들은 국제사회에 인도적 구호물자가 들어오는 후다이다항을 아랍동맹군의 공습으로부터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내전 상황이 복잡해지자 아랍동맹군이 후다이다항을 폭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예멘 식량 위기는 3년째 접어든 내전으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과 연대해 수도 사나를 통제하는 반군 후티와 축출된 아베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치열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가 자국에 망명한 하디 대통령을 복위시키기 위해 2015년 3월 미국의 지원 아래 아랍동맹군을 결성해 군사 개입하면서 내전이 국제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사우디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 후티를 저지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유엔과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에 따르면 2년 넘게 지속된 내전으로 어린이 1천500 명을 포함, 최소 1만 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2천700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천900만 명이 식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 가운데 730만 명은 기아 직전 상태다. 식수 부족으로 1천400만 명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 최소 300만 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 있고, 전체 1천200만 명의 어린이 가운데 80%가 인도적 기초 물자 부족으로 하루하루 고통을 겪고 있다.

시리아 내전에 가려 심각성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예멘 내전으로 2015년 이후 약 330만 명이 고향을 등지고 피란길에 올랐다. 공항과 육·해상 국경이 사우디에 의해 통제돼 시리아 난민처럼 대규모로 국외 탈출할 기회도 원천 봉쇄됐다.

병원 등 의료시설과 학교, 시장 등이 내전 당사자들의 공격에 노출됐고, 도로와 기타 인프라도 파괴됐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정상 가동되는 의료시설은 45%에 불과하고 필수 의약품 공급도 70%나 줄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예멘의 기근이 자신들에게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유럽이 잊고 지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달간 무려 70차례의 예멘 공습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뒤늦게 인도적 지원에 나섰지만, 인도주의 단체들은 원조는 일시적 처방에 불과할 뿐 정작 필요한 것은 내전을 정치적으로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평화회담도 결렬됐고, 이후 동맹군은 사나 공항을 폐쇄해 반군이 장악한 수도와 예멘 북부 대부분 지역의 접근을 차단했다. 구호물자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디펜던트는 예멘을 흔히 '중동 최빈국'이라고 기술하지만, 중동·아프리카·아시아 대륙 사이 교차로에 위치한 예멘의 문화적 정체성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복잡다단하다고 보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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