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x28cm, 5월2일~8월31일 경주솔거미술관 전시) |
어쩌면 그는 경주 돌문화에서 한국미의 원형을 보았는지 모른다. 프로타주 기법을 사용하여 화강암의 질감을 구사해 입체감을 부조(浮彫)하는 방법들이 그만의 예술적 자산이 됐다. 그의 유화 작품 중 작품 표면에 나타나는 거칠고 깔끄러운 마티에르의 질감 표현은 판화, 드로잉, 탁본 등 대부분의 장르에서도 드러난다.
박수근은 우리나라의 석조미술품에서 아름다움의 원천을 느낀다고 말했다. 화실에서 의도적으로 화강암 석조의 질감을 표현하려고 한 그의 노력은 ‘박수근표 질감’을 탄생시켰다. 수많은 석물 탁본은 그림 수련의 과정이 됐다. 경주에서 손수 찍은 탁본을 미국인 애호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냈을 정도다. 결국 박수근 예술의 원형과 그 표현방법은 신라에서 온 것이다.
그럼에도 박 화백은 그림 내용을 자신의 시대로 채웠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대풍경이다. 광주리에 팔 물건을 담아 시장좌판을 벌인 여인의 표정에선 가족생계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그림엔 아낙네와 노인, 아이들이 주로 등장한다. 전쟁이 할퀴고 간 가장(家長) 부재 사회를 암시한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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