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미술감상 하듯 나만의 시간이 주는 만족 / 나홀로에 너무 빠지면 정신건강에 나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혼밥, 혼술족에 이어 요즘은 혼행(혼자 여행), 혼영(혼자 영화), 혼클(혼자 클럽), 혼놀(혼자 놀기) 등 혼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상품도 개발되면서 솔로이코노미 산업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고령 인구 증가, 젊은 층의 결혼 기피로 인해 1인가구가 이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집단생활을 추구하고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으려 한다. 사람 간의 관계는 외로움을 잊게 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관계가 좋은 사람은 노화도 더디고 더 오래 산다고 한다. 그럼에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잘 안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가지는 매력도 크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다른 사람의 직접적인 요구에서 해방되고 사회적 압력을 감소시키며 자신의 정신적·물리적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한다. 즉 다른 과도한 자극, 부담스러운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단지 누군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행동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 전시회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를 생각해보자. 작품 앞에 나 혼자 있을 때는 그 작품에 마구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그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접근하게 되면 그 순간 방해를 받게 되고 자신과 그림만의 공간은 없어진다. 내가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을 신경 쓰게 된다. 나만의 모드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 모드로 바뀌게 된다.

타인 속의 나를 확인시켜주는 주변 사람과 환경에서 배제되므로 혼자만의 시간은 자아성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자기가 누구이며 무얼 좋아하는지 등 자기개념을 확실하게 해준다. 불안정했던 내 모습에서 안정된 자아정체감을 확립하게 된다.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성찰이 일어난다. 그래서 복잡했던 문제가 여러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받는 때 보다 더욱 분명하고 선명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혼자만의 시간은 현실의 틀에서 벗어나 여러 상상과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상상속의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새로운 나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면서 자기개념이 바뀌는 자기변형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이전의 내가 아닌 더 발전적인 나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그런 상상의 경험은 더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면서 때로는 창의적인 발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은 유익할 수 있다. 단 혼자의 시간을 지나치게 가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타인과의 시간과 나만의 시간 간의 안배가 중요하다. 적절한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주중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많았다면 온전한 자신만의 주말을 보내는 것도 좋다. 반대로 주중에는 혼자의 시간이 많았다면 사람들과 같이 하는 주말을 계획해 봐야 한다.

다음 주 긴긴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미처 다른 계획을 못 세웠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떤가. 혼자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가까운 곳을 여행해보는 것이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은 많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만큼, 혼자만의 충만함도 즐길 수 있는 휴식이 됐으면 싶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