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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대선 후보들의 가사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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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4 21:57:15 수정 : 2017-04-24 21: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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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에서 밥 짓고 설거지하는 ‘사소한’ 가사분담 논쟁이 흥미롭다. 북핵, 사드, 일자리 창출과 같은 거대담론은 아니지만 여성들은 매일 부닥치는 집안일이 훨씬 중요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설거지는 여자의 일”이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얼마 전 TV에 출연해 “집에서 설거지를 하느냐”는 질문에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 그건 하늘이 정한 것”이라고 한 것이다.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에게 시키면 안 된다”고까지 했다. 여성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센 척해보려고 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돼지 발정제’ 논란과 함께 대선 가도에 악재로 작용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아내 김미경 교수와 철저한 가사분담으로 후한 점수를 얻는다. 맞벌이하면서 아내에게 “밥 줘”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남편이) 그릇 정리, 바리스타 역할, 커피메이커 청소, 분리수거는 꼭 해주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남편 자랑을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전업주부 14년차인 남편 이승배씨 덕에 여성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출판사를 운영했지만 2004년 심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 후부터 집안살림을 맡고 있다. 아내가 세비를 받아오면 그것으로 살림하고 아이 키우고, 모자라면 부업까지 해 보탠다.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준재다. 스펙이 아깝다는 소리를 듣지만 정치인 아내를 돕는 주부 역할에 만족한다고 한다. “(새벽에 나가는) 아내에게 따끈한 누룽지를 준비해주는데 너무 좋아해요”라고 말할 정도로 천생 주부다. 심 후보가 홍 후보에게 TV토론에서 “대한민국 모든 딸들에게 사과하라”고 큰소리칠 수 있는 배경인 듯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이를 돌보거나 살림을 하는 ‘남성 전업주부’가 16만명을 넘어섰다. 성 역할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남성들의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더하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고로는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 투표자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이상한 나라에서 온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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