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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상관없는 네거티브 난무… 후보도 보는 사람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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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3 23:36:45 수정 : 2017-04-24 07: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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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알맹이 빠진 대선후보 3차 TV토론
“허허허”, “말 끊지 마세요”, “손들고 질문하세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3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거친 공방전을 벌였다. 이 자리는 선거를 주관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첫 토론회로 정책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후보나 시청자나 한숨과 헛웃음을 피할 수 없었다. 정해진 주제와 관련된 정견· 정책토론 대신 상대방 허물을 들추는 네거티브 공세만 난무했다. 그 과정에서 감정섞인 문답이 오갔고 시청자들 사이에선 ‘토론회 무용론’마저 제기됐다. 

◆洪·劉 “왜 말 바꾸나” vs 文 “구태의연한 색깔론”

보수 진영 후보들은 북한 인권결의안 문제를 놓고 문 후보 협공에 나섰다. 유 후보는 “문 후보가 ‘사전에 북한 김정일에게 물어봤냐’는 문제에 대해 지난해 ‘기억 안 난다’에서 ‘국정원을 통해 확인했다’(올해 2월), ‘국정원 통해 물어본 것은 사실이 아니다’(13일 1차토론), ‘국정원 통해 휴민트로 상황만 진단했다’(19일 2차토론)고 네 번이나 말을 바꿨다”며 “진실이 뭔지 밝혀달라”고 포문을 열었다.

문 후보는 이날 캠프 차원에서 공개한 11월16일·18일 청와대 회의 기록을 거론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권 결론을 내렸다고 사실관계를 밝혔다”며 더이상 언급을 자제했다. 추가 발언으로 새로운 공세 빌미를 주지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신 문 후보는 “저는 유 후보가 합리적·개혁적 보수라고 느껴 왔는데 대선 길목에서 또다시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제기하니 실망스럽다”고 역공을 가했다.

유 후보는 “앞으로 대통령 될 사람이 북한 인권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미 동맹에 대해 김정은에게 미리 통보하거나 물어본다든지 하면 안 되지 않으냐”며 “이게 왜 색깔론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관해 문 후보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후보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 국회 정보위와 운영위를 열어 5당이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자료를 다 보자고 말할 용의가 있느냐”고 몰아세웠다. 홍 후보도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거짓말을 안 하는 것”이라며 “잘못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넘어가라”고 문 후보 공략에 가세했다.

이에 문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 사건은 제2의 NLL(북방한계선) 사건”이라며 “NLL을 노 전 대통령이 포기했다고 했지만 터무니 없는 사실로 밝혀져 그런 주장을 한 의원들이 처벌받고 사과했다”고 맞섰다.

그는 “송민순 회고록에도 ‘16일에 (기권이) 결정됐지만, 외교부가 북한과 접촉한 결과 찬성하더라도 북한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 같아 확인해 보자고 했다’고 나온다. 그래서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통지문) 문안을 준비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 安 “제가 갑(甲)철수냐”, 文 “주제 동떨어진 얘기”

안 후보는 문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2012년 대선때 문·안 후보간 단일화 과정에서 있었던 대화까지 끄집어냈다. 감정싸움 양상으로까지 치닫자 홍 후보는 “초등학생들 토론을 보는 것 같다”고 두 사람을 싸잡아 비판했다.

공세는 안 후보가 문 후보 캠프 내부에서 자신을 ‘갑철수’라고 표현한 네거티브 지침 문건을 거론하며 시작됐다. 안 후보는 “제가 갑철수냐 안철수냐”며 “조직적으로 (문 후보측이) 국민 세금 가지고 네거티브·비방한 증거가 다 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는 방금 모두를 위해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해놓고 돌아서서 과거를 이야기하느냐”며 “주제에서도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응수했다.

이후 다시 안 후보는 자신의 아내 김미경 교수 특혜 채용 논란과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을 밝히기 위해 관련 국회 상임위를 열어 검증을 받자고 제안했다. 문 후보는 “저는 이미 다 검증됐으니 안 후보도 열심히 해명하시라”고 일축했다.

안 후보는 또 “내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냐”며 “2012년 민주당에서 MB 아바타라고 소문을 내고 있어 그걸 막아달라고 부탁드린 적 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나는 2012년에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부상할 때, 그때 MB 측의 배후 지원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저를 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하라”고 맞받아쳤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

◆자서전으로 코너에 몰린 홍준표

홍 후보 이날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홍 후보가 대학 시절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친구 성범죄 모의에 가담한 만큼 대선에 나설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토론 초반 심 후보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며 “오늘 홍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뒤를 이어 유 후보도 “이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다. 홍 후보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이미 형사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중이고 돼지흥분제 강간미수의 공범”이라며 “이런 후보는 인권의 문제, 국가 지도자의 품격, 대한민국의 품격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 역시 “우선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원천적으로 후보를 낼 자격이 없는 정당이고, 자서전에서 성폭력 모의를 밝힌 것도 용서할 수 없다”며 “이미 많이 보도가 돼 국격이 심각하게 실추됐다”고 홍 후보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45년 전 고려대 앞 하숙집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친구가 성범죄 기도하려는 것을 막지 못해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 자서전에서 고해성사를 했다”며 “45년 전 그 사건에 대해 정말 국민께 죄송하다. 제가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한 것을 못 막아서 저로서는 정말 죄송스럽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드린다”고 고개를 조아렸다.

이후 토론회 내내 심 후보는 홍 후보와 말을 섞지 않았으며 안 후보는 홍 후보와 토론에는 임하되 얼굴을 쳐다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홍 후보는 “국민들이 조잡스럽게 생각한다”며 거듭 유감을 표명했으나 소용없었다. 문 후보는 “(홍 후보 사퇴 문제에 대해 )왜 입장을 밝히지 않느냐. 선거에 불리해서인가”라는 유 후보 공세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토론회 전문가 평가

토론 성적표를 놓고 전문가들은 심·문 후보를 상위, 안·유 후보를 하위권으로 평가했다. 대체로 심·문 후보의 공격적이면서도 여유있는 태도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심 후보가 지난번에 이어 토론회를 이끌어가는 분위기였다”고,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문 후보의 공격적인 방어 태도가 돋보였다. 공격이 곧 최선의 수비”라고 평가했다.

반면 안·유 후보에 대해선 ‘메시지 집중 실패’를 패착으로 꼽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두 후보 모두 너무 세부적인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니 유권자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시간이 없겠더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론회 전체 품질에 대해선 낙제점을 줬다. ‘외교·안보 및 대북정책’, ‘권력기관 및 정치개혁방안’이란 엄연한 토론 주제가 있었음에도 주제와 상관없이 상대후보를 공격하는데에만 주안점을 두는 일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사회자가 여러번 주제 관련 토론을 주문했지만 공염불이었다.

유태영·박영준·김선영·홍주형·이동수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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