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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즐겁게 일하고 진지하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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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4 01:14:40 수정 : 2017-04-24 01: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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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일하고 무의미하게 노는 일 반복 / 다른 사람과 재미있게 살아야 마음 건강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쌍벽을 이루는 정신의학자 카를 융은 마음이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work playfully, play seriously’ 하라고 충고한다. 별로 어려운 단어가 아니어서 그 겉뜻은 쉽게 해독이 되지만, 그 깊은 뜻을 이해하고 우리말로 매끄럽게 옮기기는 쉽지 않다.

먼저, ‘일과 놀이’가 서로 대구로 돼 있다. 아마도 우리 삶은 일과 놀이로 구성돼 있고, 이 일과 놀이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행과 불행이 달려있다는 뜻이 함축돼 있는 듯하다. 그리고 ‘쾌활하게 또는 즐겁게(playfully)’와 ‘진지하게, 심각하게 또는 중요하게(seriously)’가 각각 일과 놀이를 꾸며주고 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노는 것처럼 일하고, 일하는 것처럼 놀아라’ 또는 ‘재미있게 일하고 진지하게 놀아라’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낱말의 조합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보통 ‘진지하게 일하고, 가볍게 노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즉, 우리는 대부분 융의 충고와는 반대로 살고 있다. 그 결과 힘들게 일하고 재미없이 노는 일이 반복된다. 덕분에 사는 일 자체가 힘겹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융의 충고가 맞았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에서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20대 초반의 하버드대 학생들을 30여년 추적하며 연구한 ‘그랜트 연구’(Grant Study)는 이미 중년의 나이에 이른 연구 참가자 중에 적응을 잘한 사람 30명과 적응을 못한 사람 30명을 뽑아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적응을 잘하는 사람들은 친구와 배우자와 휴가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은 자신의 일에서 승진도 빨리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잘 노는 것이 잘 사는 것이 된다. 그리고 보기에 따라서는 놀지 않고 일만 하면서 사는 것은 오히려 잘 못 사는 것이다. 한국의 석학 중 한 분인 이어령 교수의 말을 빌리면, “20세기에는 ‘일하기 위해’ 놀고 21세기에는 ‘놀기 위해’ 일한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그는 다른 말로도 재미있게 표현했다. 그에 의하면, “과거에는 밥을 먹기 위해 반찬을 먹었다면 앞으로는 반찬을 먹기 위해 밥을 먹을 것이다”. 오늘날 쌀의 소비가 줄어 재고가 늘어나서 고민이 되는 현실이고 보면 그의 혜안이 돋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융은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이다.

그랜트 연구에 의하면, 한마디로 마음의 건강을 정확하고도 쉽게 식별한 수 있는 척도는 ‘원만한 대인관계’라는 것이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은 배우자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친구관계가 원만하며, 휴가를 즐긴다는 결과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의 삶은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과 재미있게 산다는 것이 특징이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을 무작위로 괴롭히는 사건이 갈수록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실은 이제는 ‘건강한 마음’의 문제를 더 이상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만남과풀림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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