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에서 새소리는 예전부터 자주 노래로 만들어졌다. 성악곡이 주를 이루던 옛날 음악은 새소리를 흉내 내는 의성어를 가사로 사용하는 노래를 불렀다. 뜸부기와 뻐꾸기가 등장하는 동요 ‘오빠생각’을 불러보자.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이런 방식으로 서양 사람도 새소리를 가사로 사용해서 불렀다. 물론 그들의 의성어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잘 알려진 뻐꾸기를 그들은 ‘쿡쿠 쿡쿠’라고 한다.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학 |
그런데 말러는 그의 ‘교향곡 1번’ 1악장의 느린 도입부에서 클라리넷이 뻐꾸기 소리를 내는데, 특이하게도 음정이 다른 작곡가와 다른 ‘완전 4도’이다. 완전 4도는 단 3도보다 넓은 음정을 말하는데 말러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해서 조사해보니 뻐꾸기는 여름철로 갈수록 넓은 음정으로 노래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억하는 ‘단 3도’의 뻐꾸기 소리는 봄의 소리가 확실한 것이다. 이처럼 새소리를 악곡의 짧은 부분에 활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새소리만으로 두 시간 반이 넘는 음악을 작곡한 이가 있다. 바로 프랑스 20세기 음악의 최고 거장이라고 평가받는 올리비에 메시앙이다. 이쯤 되면 그냥 재미로 새소리를 활용하는 정도를 뛰어넘는 것으로 새소리 전문 음악가라는 칭호를 붙여줄 만하다. 사실 현대작곡가는 선율과 리듬을 활용하는 데에 제약을 덜 받는다. 선율과 리듬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에 자연의 소리인 새의 소리를 가장 현실감 있게 흉내 내는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자유로움 덕분에 일반 애호가들이 듣기에는 무척 힘든 음악이 됐다.
우리 민요로 새타령이라는 남도 잡가가 있다. 후반부에 그야말로 온갖 잡새를 나열하는 흥겨운 노래이다. 이 민요는 “삼월 삼짇날 연자 날아들고”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삼월 삼짇날은 올해 양력으로는 거의 한 달 전인 3월 30일이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마음이 급했던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봄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이제 “산에 들에 진달래”도 한참 피었다. 다소 지친 이 봄날 들로 산으로 나가보면 어떨까. 그게 여의치 않다면 음악으로 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심신을 달래보자.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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