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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새소리가 깨우는 봄 / 기악곡엔 뻐꾸기 울음 많아 / 단순하고 음정 정확한 때문 / 두 음이면 흉내 낼 수 있어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봄이 왔네. 봄이 와.” 이렇게 봄을 반기는 노래는 많다. 그만큼 기다렸다는 뜻일 것이다. 봄을 알리는 소리로 우리는 가장 먼저 새를 떠올린다. 겨울 내내 조용했던 새가 어느 날 갑자기 지저귀기 시작하니 그 소리에 귀 기울일 만하다. 요즘 도심에서는 새소리가 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멀리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절은 봄이다. 봄에 유별나게 많은 새가 지저귀는 이유는 짝을 애타게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새소리에서는 봄을 알리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클래식 음악에서 새소리는 예전부터 자주 노래로 만들어졌다. 성악곡이 주를 이루던 옛날 음악은 새소리를 흉내 내는 의성어를 가사로 사용하는 노래를 불렀다. 뜸부기와 뻐꾸기가 등장하는 동요 ‘오빠생각’을 불러보자.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이런 방식으로 서양 사람도 새소리를 가사로 사용해서 불렀다. 물론 그들의 의성어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잘 알려진 뻐꾸기를 그들은 ‘쿡쿠 쿡쿠’라고 한다.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학
성악 음악과 달리 가사를 담을 수 없는 기악음악은 새소리를 음으로 옮겨 만들어 낸다. 그런데 새가 악기처럼 음을 정확하게 내거나 리듬을 맞추어 지저귀지 않는 관계로 새의 소리를 음으로 정확하게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클래식 음악에서 자주 나오는 새소리는 종달새, 나이팅게일, 뻐꾸기이다. 이 중 단순하며 음정이 비교적 정확한 뻐꾸기는 가장 자주 등장하는 새일 것이다. 뻐꾸기 우는 소리는 단 두 음이면 만들 수 있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의 2악장 끝 부분에 새소리가 나오는데 다른 새와 함께 뻐꾸기의 소리가 쉽게 들린다. 클라리넷이 뻐꾸기를 흉내 내며 함께 울리는 플루트는 나이팅게일을, 목관악기인 오보에는 꿩이 우는 소리를 낸다.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은 헨델의 ‘오르간협주곡 13번’의 2악장에서도 들을 수 있다. 뻐꾸기 소리만 들리다가 나중에는 나이팅게일이 합세하며 두 새가 이중주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비교적 음정이 정확한데 음악용어로 ‘단3도’이다. 그래서 베토벤과 헨델 모두 단3도로 뻐꾸기를 연주한다.

그런데 말러는 그의 ‘교향곡 1번’ 1악장의 느린 도입부에서 클라리넷이 뻐꾸기 소리를 내는데, 특이하게도 음정이 다른 작곡가와 다른 ‘완전 4도’이다. 완전 4도는 단 3도보다 넓은 음정을 말하는데 말러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해서 조사해보니 뻐꾸기는 여름철로 갈수록 넓은 음정으로 노래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억하는 ‘단 3도’의 뻐꾸기 소리는 봄의 소리가 확실한 것이다. 이처럼 새소리를 악곡의 짧은 부분에 활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새소리만으로 두 시간 반이 넘는 음악을 작곡한 이가 있다. 바로 프랑스 20세기 음악의 최고 거장이라고 평가받는 올리비에 메시앙이다. 이쯤 되면 그냥 재미로 새소리를 활용하는 정도를 뛰어넘는 것으로 새소리 전문 음악가라는 칭호를 붙여줄 만하다. 사실 현대작곡가는 선율과 리듬을 활용하는 데에 제약을 덜 받는다. 선율과 리듬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에 자연의 소리인 새의 소리를 가장 현실감 있게 흉내 내는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자유로움 덕분에 일반 애호가들이 듣기에는 무척 힘든 음악이 됐다.

우리 민요로 새타령이라는 남도 잡가가 있다. 후반부에 그야말로 온갖 잡새를 나열하는 흥겨운 노래이다. 이 민요는 “삼월 삼짇날 연자 날아들고”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삼월 삼짇날은 올해 양력으로는 거의 한 달 전인 3월 30일이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마음이 급했던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봄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이제 “산에 들에 진달래”도 한참 피었다. 다소 지친 이 봄날 들로 산으로 나가보면 어떨까. 그게 여의치 않다면 음악으로 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심신을 달래보자.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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