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Mc’이 지배하는 세상… 더 깊어진 인간소외

입력 : 2017-04-22 03:00:00 수정 : 2017-04-21 18:47: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효율과 속도… 패스트푸드점 원리 ‘맥도날드화’ / 편리함과 합리화로 산업과 사회 전반 점유 / 비정규직·환경문제 등 삶의 질은 더 악화 / 저자, 21세기 역설적인 사회상 원인 해부
조지 리처 지음/김종덕·김보영·허남혁 옮김/풀빛/2만3000원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조지 리처 지음/김종덕·김보영·허남혁 옮김/풀빛/2만3000원


현대 사회는 이제 4차 산업혁명 초입에 들어섰다. 효율과 속도, 대량생산 덕분에 삶은 편리해졌다. 그런데도 인간소외 현상들은 더 널리 더 깊이 고착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와 최저임금, 소비와 노동, 지구 환경과 삶의 질은 더 나빠지고 있다. 어디에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고 있을까?

미국 메릴랜드대 석좌교수인 사회학자 조지 리처는 이 책을 통해 21세기의 이 역설적인 사회상을 예견했다. 그는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학자다. 맥도날드화란 패스트푸드점의 원리다. 미국 사회와 전 세계의 점점 더 많은 부문을 탐욕스럽게 지배해가는 과정’을 뜻한다. 편리함과 합리화에 종속되어 자연, 근본,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패러다임을 이르는 말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현대 사회학의 고전 반열에 올랐다. 저자는 1993년 처음 출간했으며, 이번 소개되는 책은 2003년 출간한 개정판이다. 수십개 언어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미국 메릴랜드대 석좌교수 조지 리처는 “맥도날드화란 미국적 스타일의 먹거리가 아니라 자본, 효율, 합리, 대량생산의 대명사로 국제적 표준이 되었다”면서 “맥도날드화된 영역에서는 접촉이 최소화되고 교류가 사라진다. 조속한 자각만이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촉구한다.
풀빛 제공
맥도날드화는 종교와 국경을 넘었고 독창성과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까지 잠식했다.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해마다 주요 통화 구매력을 평가할 때 ‘빅맥 지수’를 쓴다. 이미 전 세계의 공유 가치가 되었다는 의미다.

현대 아이들에게는 패스트푸드 산업이 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감자 가공, 목축, 양계, 도축, 육류가공 사업은 맥도날드화되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불안정한 일자리로 이동해야 했다. ‘Mc’이라는 접두어는 신속성과 효율성, 프랜차이즈와 대량생산을 상징한다. 사실상 모든 사회 영역이 맥도날드화 되어가고 있다.

맥도날드화의 특징은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를 핵심으로 하는 ‘합리성’이다.

효율성은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선택을 의미한다. 맥도날드는 배고픈 상태에서 배부른 상태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을 제공한다. 더 빨리 더 많이 처리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연애조차 패스트푸드식이다. 종교마저 중계방송을 통해 간소화되는 경향이다.

계산가능성이란 상품의 양과 가격, 서비스 시간 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양은 많고 빨리 나오는 제품이 곧 진리처럼 여겨진다. 사람들은 지불한 돈에 비해 더 많이 먹었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익을 본 쪽은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주라는 사실은 잊어버린다.

예측가능성은 제품과 서비스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다는 확신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프랜차이즈 제품은 같다. 내일도 내년에도 특정 브랜드 햄버거 맛은 같을 것이다.

통제란 고객도 노동자도 경영진이 원하는 행동 양식대로 움직이도록 통제된다는 의미다. 줄을 서야 하고, 메뉴는 한정적이며,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고, 의자는 딱딱하다. 빨리 먹고 나가야 한다. 노동자는 업무를 정확히, 지시받은 대로만 수행하도록 훈련받는다. 맥도날드화의 이러한 특성들은 합리성으로 포장된다.

맥도날드화된 영역에서는 접촉이 최소화되고 교류가 사라진다. 맥도날드화는 획일성이다. 동일한 브랜드가 확산되면 다양성과 고유성은 축소된다. 의료 분야에서도 환자는 의료 조립 라인에 놓인 상품 격이다. 시간을 절약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과정에서 의료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에서 논문 편수가 적은 교수는 논문의 질이 아무리 훌륭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그저 그런 논문을 대량생산하는 학자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합리성의 비합리성’의 대표적 사례이다.

‘합리성의 비합리성’이 낳는 가장 큰 폐해는 비인간화이다. 맥도날드화가 환경에 끼친 악영향은 더 크다. 수많은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맥도날드화는 생태계에 거대한 피해를 주는 방식이다. 맥도날도화에 이어 ‘스타벅스화’, ‘이베이화’, ‘웹 2.0’은 한술 더 뜰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맥도날드화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저자는 몇 가지를 제시한다. 어떤 조직이든 지나친 팽창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너무 커지면 합리적인 원칙, 관료제, 기계적인 업무 방식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맥도날드화에 맞서는 집단 운동 방법이 절실하다. 맥도날드화 반대 운동, 대형 할인점 반대 운동, 최저임금 인상과 맥잡 분야 전반에 걸친 반대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형적이지 않은 삶의 환경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이를테면 획일적이지 않은 삶의 형태이다.

저자는 “맥도날드화된 시스템 덕분에 많은 것들이 가능해졌으나 한편 많은 것들을 잃기도 했다. 맥도날드화는 현대 우리 사회를 가르고 나누는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