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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대선 투표는 ‘그림의 떡’…씁쓸한 ‘흙수저’ 근로자들

입력 : 2017-04-20 19:51:21 수정 : 2017-04-21 11: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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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백화점 입점업체 직원들 / 선거 당일에도 영업… 엄두 못내 / 사전투표일도 어린이날 겹친 대목 / 일부 근로자 황금연휴와 대조 이뤄 / 선관위 “고용주에 투표시간 요청을”
“이번 선거만큼은 꼭 투표하고 싶은데, 투표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19대 대통령 선거가 1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일하는 조모(49·여)씨의 표정은 씁쓸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을 지켜보면서 이번 대선만큼은 꼭 투표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때문에 투표가 쉽지 않을 거 같다. 조씨는 마트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출근 전 2시간, 퇴근 후 1시간 이내 투표소로 간다면 가능하지만 통근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게 문제다. 조씨는 20일 “5년이 넘게 마트에서 일하면서 지금까지 제대로 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며 “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고 싶어도 매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며 고양된 정치의식으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생계 때문에 투표를 하기 힘든 이들이 적지 않다. 시간을 쪼개 투표해보려 해도 여의치가 않다. 반면 투표일 등을 포함해 다음달 초 최장 9일간의 황금연휴를 즐기는 사람도 많아 투표권마저 양극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투표 당일 영업하는 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 수원의 한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김모(35·여)씨도 출근시간 때문에 투표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백화점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반이지만 입점업체 직원인 김씨는 오전 9시까지 출근한다. 게다가 하루 종일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표를 하기가 쉽지 않다. 김씨는 “남편과 아이들 식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에도 투표하기가 어렵다”며 “백화점 직원들은 늦게 출근할 수 있어서 투표하기 쉽지만 입점업체 직원들은 더 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된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근로자들의 경우 사전투표를 활용하는 것도 싶지가 않다.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일은 5월 4, 5일. 하필 어린이날 대목이어서 시간을 따로 내는 게 다른 날보다 훨씬 더 어렵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은 오전 10시30분에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백화점 근로자들은 무리 없이 투표를 할 수 있다”며 “입점한 점포의 경우 근로자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권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전 일찍부터 일해야 하고 근무지가 외곽에 있어 출퇴근이 오래 걸리는 공항 면세점 직원, 대선 당일에도 영업을 하는 편의점이나 PC방 등의 아르바이트 근로자 역시 시간을 쪼개야 투표가 가능하다.

이에 반해 투표일이 있어 길게는 9일 동안 쉴 수 있는 사람들은 황금연휴를 즐기고 여유롭게 투표를 할 수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26)씨는 연차를 활용해 근로자의 날인 5월1일부터 투표일인 9일까지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투표는 귀국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다른 이모(30)씨 역시 회사 방침에 따라 1일부터 9일 동안 쉰다.

그는 투표에 꼭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 당일 투표를 하지 못하는 유권자를 위해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사전투표제를 도입했다”며 “사전투표도 하기 어려운 근로자의 경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투표하는 시간을 고용주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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