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할리우드 영화 왜 강할까

관련이슈 양경미의 영화인사이드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4-20 21:46:04 수정 : 2017-04-20 21:46: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두 달가량은 극장가 비수기다. 이 때문에 소위 대박 나는 한국영화가 드물다. 올해 3월에는 예년에 비해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 32%에 불과했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는 다양한 소재로 인기를 끌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영화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비수기여서 그럴까? 그렇지만은 않다.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3월 중 총 관객 수는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한국영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해법을 할리우드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할리우드 영화들은 미래지향적이며 희망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라이프’는 우주 탐사라는 미래를 담고 있고 ‘컨택트’는 미지의 문명과의 조우를 다룬다.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우주 개발에서 큰 역할을 한 흑인 여성들이 겪는 부조리한 인종차별을 비판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를 극복하는 미국의 저력을 그리고 있다. 영화 ‘파운드’ 역시 별 볼일 없던 믹서기 세일즈맨 레이 크록이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회사인 맥도날드 경영자로 성공하는 신화를 보여준다. 과거를 담고 있되 꿈과 희망을 제공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반면 한국영화는 과거를 담고 사회 부조리를 지적하지만 미래와 희망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영화를 본 관객들로 하여금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2016년 큰 인기를 끌었던 ‘밀정’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그리고 저예산에서도 ‘귀향’ ‘동주’까지 그렇다. ‘내부자들’ ‘아수라’ ‘더킹’ ‘마스터’ 그리고 ‘재심’ ‘프리즌’까지 사회비판 영화도 결코 희망을 주지는 못한다.

객석에 감동을 안겨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영화의 흥행은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감동을 건네는가와 연관이 있다. 영화 ‘핵소고지’는 오키나와에서 홀로 수많은 부상병을 구한 실제인물 도스의 활약을 그리며 미국의 우월함을 전한다. 2009년 제작된 ‘챈스 일병의 귀환’에서는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실제인물 챈스 일병의 유해 운구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전사자에 대한 예우와 유해에 깊은 조의를 표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고 동시에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시나리오 구조도 탄탄하다. 할리우드는 철저한 분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감독이 연출을 맡고 시나리오까지 직접 담당할 뿐만 아니라 제작사를 소유하기도 한다. 영화에 있어 탄탄한 이야기 구조는 생명과도 같다. 할리우드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영화는 유사한 패턴의 이야기 구조를 반복하면서 관객을 모으는 데 실패한다.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관객을 모을 수 있다.

한국영화는 과거에 비해 성장하고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과거보다 미래를, 절망과 비관보다 희망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내시장이 할리우드 영화에 잠식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또한 세계시장에 상업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 이유를 보면 한국영화가 나아갈 길을 볼 수 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