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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호주에 비친 민망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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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0 02:22:43 수정 : 2017-04-20 02: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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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조국 감추는 교민 / 우리 안보 둔감 꼬집는 호주 / 안보관 확실한 지도자 필요 / 철저한 검증으로 옥석 가려야 호주는 고마운 나라다. 6·25전쟁에 참전해 젊은이 311명이 목숨을 바쳤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제재에 앞장섰다. 한·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경제적으로도 가깝다. 우리 젊은이가 워킹홀리데이를 가장 많이 신청하는 국가가 호주다.

얼마 전 열흘 가까이 호주를 다녀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한재단, 워클리재단이 기획한 한·호주 언론교류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자원부국 호주는 듣던 대로 축복받은 땅이었다. 본다이 비치 등 시드니 해변만 해도 볼거리가 차고 넘쳤다. 도심은 다민족 인파로 붐비고 활기찼다.

허범구 논설위원
호주 이민사회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과 경쟁한다. 중·일은 세계가 인정하는 강국이나 우리는 깔보는 경향이 있다. 콧대 높은 한국인에겐 시드니 풍경은 불편했다. 한자가 제2 외국어처럼 적힌 간판과 안내서. 일제차가 점령한 도로. 멜버른에 있는 호주무역투자대표부(Austrade)의 팀 캐롤은 “현대차도 쉽게 볼 수 있으나 절대적 수입량에선 일본이 앞선다”고 했다. 발에 채는 환전소의 환율 리스트에는 원화가 드물었다. 안신영 시드니 한국문화원장은 “찾는 사람이 적어서”라고 했다. 우리 교민이 짠하게 느껴졌다.

대한민국 국격을 떨어뜨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공교롭게 호주 체류기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까지 됐다. 한 행사에서 만난 시드니 교민은 원성을 쏟아냈다. “요즘 한국 사람인 걸 감추고 다닌다. 너무 부끄럽고 화난다.” 부정당하는 조국 앞에 가슴이 먹먹했다.

호주인들의 지적은 더 뜨끔했다. 대표적 국제전략 싱크탱크인 로위(Lowy)국제정책연구소. 리서치 연구원인 헤르베 르마이유는 “박 전 대통령 하야가 별것 아닐 정도로 국제정세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국민이 한반도 안보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을 꼬집는 말로 들렸다.

북한을 비롯한 아시아에 대한 미국 정책을 연구하는 미국연구센터. 시드니대학에 있는 이 센터의 관계자는 “한국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 등에 둔감하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새로 출범할 한국 정부와 대북정책이 달라 문제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는 한국이 호주 등 중견국과의 외교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주 방문 직전 만난 최 대사는 “국제정세가 불안정한데 오히려 한·호관계를 강화해 대응할 기회”라고 했다. 경청할 만한 대목이다.

한반도 정세가 갈수록 흉흉하다. 북한 김정은이 6차 핵실험 단추를 누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며 군사행동을, 중국은 대북 송유관 차단을 경고하고 있다. 북한도 ‘핵선제 공격’ 운운하며 ‘벼랑끝 전술’로 대항 중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5·9 대선 2주 전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운이 감도는 엄혹한 시기에 정부는 무력하다. 시한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다. 미·중 직거래에서 왕따당할 수 있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우려된다.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이제야 한반도로 출동할 걸 정부가 알고 있었을까.

대권에 정신 팔린 정치권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대선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한 안보장사만 하고 있다. 재앙을 피할 로드맵도, 위기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후보 5명이 어제 2차 TV토론을 했으나 1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사행동을 막겠다는 주장만 있지 구체적 해법은 없었다.

국가지도자는 국민 생명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무엇보다 안보관이 확실하고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에너지를 결집하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다. 나라와 공동체를 자신보다 위하는 마음, 희생·헌신이 애국심이다. 캔버라의 호주전쟁기념관에는 한 무명용사가 안장돼 있다. 묘비명이 인상적이다. “He is all of them and he is one of us.(그는 그들 모두이고 우리 중의 하나이다)”

5·9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기간 안보관을 최대한 검증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 유권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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