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 시즌 배구 관계자들은 방신봉을 두고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선수 생활 마지막까지 방신봉의 손끝은 매서웠다. 방신봉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현대캐피탈(당시 현대자동차서비스)의 코트를 지켰던 최강의 블로커다. V리그 통산 블로킹 득점 718개(역대 3위)와 한 경기 최다 블로킹(11개·공동 1위), 한 세트 최다 블로킹(6개·공동 1위) 등 화려한 기록도 그의 자랑거리다.
배구 리그 20년 생활을 정리한 ‘황금 방패’ 센터 방신봉이 지도자로 인생 2막을 멋지게 열게 될지 주목된다. 발리볼코리아 제공 |
그러나 신장 198㎝의 덩치로 완벽한 타이밍에 블로킹을 시도하는 그의 존재감은 한국전력을 올 시즌 플레이오프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방신봉이 은퇴를 고민할 때 신영철 전 감독이 “올해도 같이 가자”며 끝까지 그를 놔주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팬들이 방신봉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것은 코트를 오랜 기간 누비고자 했던 그의 배구 열정을 알기 때문이다. 방신봉은 2007~2008시즌이 끝난 뒤 당시 소속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이 은퇴를 종용했다. 어린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년 뒤 켑코(현 한국전력)로 복귀해 다시 코트 위에 선 그는 장기인 블로킹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우여곡절 끝에 기량을 재차 만개한 방신봉에게 팬들은 ‘황금 방패’라는 별명을 붙였다.
방신봉은 최소한 45세까지 선수생활을 지속해 현재 배구부에서 활동 중인 중학교 3학년 아들과 프로 무대에 함께 뛰겠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 ‘방 삼촌’이라 부르며 자신을 따르는 팀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기로 결단을 내렸다. 방신봉은 “프로 리그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 뛸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후회나 미련은 없다”며 “향후 지도자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다시 코트에 돌아올 날까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후일을 기약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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