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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간이 빚은 조각품, 사이사이 돌단풍 수줍게 피었습니다

입력 : 2017-04-19 18:04:13 수정 : 2017-04-19 22: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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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 주상절리 3색 트레킹
경기 연천을 흐르는 한탄강 지류인 차탄천 에움길 중 왕림교에서 용소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를 걸으면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사이로 하얗게 피어난 돌단풍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육각형, 사각형, 형태를 지칭하기 힘든 모양 등으로 이뤄진 주상절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이탈리아 장인이 명품을 만들기 위해 ‘한땀 한땀’ 정성을 들인다 해도 이리는 못할 듯싶다. 인간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자연이 빚어낸 작품 앞에선 어린이의 장난에 불과하다. 시뻘건 용암이 흘러내려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현무암 덩어리를 만들었다. 이 현무암 덩어리는 수십만년의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것처럼, 앞으로도 수십만년의 세월을 그 자리에서 버틸 것이다.

경기 연천을 흐르는 한탄강과 임진강은 화산 폭발로 흐른 용암으로 협곡을 이루고 있다. 단순히 높다란 절벽만 생각해선 안 된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이 연천의 협곡이다. 협곡 절벽엔 육각형, 사각형, 형태를 지칭하기 힘든 모양 등으로 이뤄진 주상절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연천 동이리주상절리는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굳으면서 생긴 주상절리가 임진강 위에 우뚝 솟아난 성벽처럼 보인다.
연천의 독특한 지형을 보려면 최소한 세 곳은 들러야 한다. 먼저 협곡의 웅장함을 보려면 동이리 주상절리가 있다.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굳으면서 생긴 주상절리가 임진강 위에 우뚝 솟아난 성벽인 듯 장관을 이룬다. 동이리 주상절리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한반도통일미래센터로 가는 길에 있는 다리 위에서 보면 두 물길이 만나는 곳을 볼 수 있다.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다. 다리에서 봤을 때 강물이 흐르는 방향 왼편이 한탄강, 오른편이 임진강이다. 두 강줄기는 만나 임진강으로 흐른다. 임진강은 서쪽으로 흘러 파주에서 한강과 만난 뒤 서해로 흐른다.

경기 연천 한반도통일미래센터 인근 다리 위에서는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를 볼 수 있다.
다리에서는 조각칼을 이용해 한 방향으로 깎은 것과 같은 형태를 띤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 절벽 아래로는 군데군데 동굴을 파놓은 듯한 모습이 보여 세월의 흔적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강물에 수십만년간 침식돼 파인 자국일 것이다. 

한탄강의 지류인 차탄천의 에움길 중 왕림교에서 용소까지는 1시간 정도 걷는 트레킹 코스로 다양한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 왕림교에서는 높이 25m의 거대한 주상절리를 만나면서부터 트레킹이 시작된다.
아기자기한 주상절리를 보려면 한탄강의 지류인 ‘차탄천 에움길’ 트레킹을 추천한다. 에움길은 차탄천을 둘러싼 길이라는 뜻으로 약 9.9㎞다. 전체를 다 돌아다니려면 4시간 정도 잡아야하는데, 왕림교에서 용소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를 걸어도 다양한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 

차탄천 에움길의 용소엔 부채꼴 모양, 동굴 모양의 주상절리가 붙어 있다.
왕림교에서는 일단 높이 25m의 거대한 주상절리를 만나면서부터 트레킹은 시작된다.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사이로 하얗게 피어난 돌단풍을 원없이 볼 수 있다. 용소까지 가는 길에선 징검다리를 여섯개 정도 건너야 한다. 손을 잡아주면 아이들이 건너기에도 많이 위험하지 않다.

다만, 왕림교에서 출발해 용소까지 간 후 다시 돌아오든지, 일행 중 누군가가 용소에서 기다려야한다. 용소는 세종대왕이 군사를 이끌고 훈련한 가사평 인근에 있는 곳으로 부채꼴 모양, 동굴 모양의 주상절리가 붙어 있다. 연천읍 통현리 487번지 부근에 있는데,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질 않는다.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다.

차탄천의 옛 이름은 수레여울이다. 조선 태종이 조선의 건국을 반대하고 연천으로 낙향한 친구 이양소를 만나기 위해 연천에 오는 도중 여울에서 수레가 빠져, 수레여울로 불렸다. 이를 한자로 옮긴 것이다. 왕림교 역시 왕이 찾은 곳이란 의미에서 이름이 붙었다.

내륙의 대부분 폭포들이 산 허리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과 달리 용암이 흘러 생성된 재인폭포는 평야지대에서 움푹 패인 땅 아래로 떨어진다. 폭포 아래서 위를 올려다 봐야하는 다른 폭포와 달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봐야한다.
화려한 주상절리를 보려면 재인폭포가 기다린다. 재인폭포 가는 길은 논과 밭이 이어진 평야다. 내륙의 대부분 폭포들이 산 허리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과 달리 재인폭포는 평야지대에서 움푹 패인 땅 아래로 떨어진다. 폭포 아래서 위를 올려다 봐야하는 다른 폭포와 달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봐야한다.

재인폭포의 전망대는 투명한 유리바닥으로, 발 아래 펼쳐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재인폭포를 보면 에메랄드빛의 소가  펼쳐져 있다.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와 에메랄드빛 물이 만드는 신비로움은 보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는다. 폭포 앞까지도 내려갈 수도 있다. 27m 높이의 전망대 계단을 내려가면 협곡이 이어진다. 높이 약 18m의 폭포수가 너비 30m, 길이 100m의 소 위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소의 깊이가 20m에 이른다.

재인폭포엔 금실 좋기로 소문난 광대 부부의 전설이 서려 있다. 마을 원님이 어느 날 줄을 타는 재인이었던 남편에게 재인폭포에서 줄을 타라는 명을 내렸다. 광대의 아내에게 흑심을 품은 원님의 계략이었다. 줄을 타던 남편은 원님이 줄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숨을 거두었다. 원님의 수청을 들게 된 아내는 원님의 코를 물어버리고 자결한다. 그 후 이 마을을 ‘코문리’라 부르게 되었고, 현재의 고문리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오래된 지질만큼이나 연천엔 구석기인들이 살던 흔적이 남아있다.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1978년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곳이다. 한반도의 구석기문화를 포함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구석기문화를 두루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가 5월3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연천=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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