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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1~2년마다 이사, 안 해본 이들은 서러움 몰라요

입력 : 2017-04-20 13:00:00 수정 : 2017-04-20 13: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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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런 상황에 대출을 잔뜩 받아 집을 사는 건 은행만 좋은 일을 시키는 어리석은 짓이지만, 그래도 내가 실거주로 살 집은 한 채 정도 있어야 한다. 2년마다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30대 직장인 A씨)

"10년 전부터 부동산이 폭락한다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좋은 곳에 위치한 집은 오르면 올랐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설령 떨어진다고 해도 잠시뿐, 이내 다시 시세를 회복한다."(40대 주부 B씨)

"어차피 25평, 33평은 투자라기보단 실거주 목적이다. 집값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간 평생 집을 못 산다. 직장에 다니고, 애를 키우면서 1~2년 단위로 이사하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알게 될 것이다."(50대 자영업자 C씨)

현재 거주하고 있는 전셋집을 재계약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은행권 전세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주요 은행에서 지난 2월 한달간 1조2000억원 넘게 늘어 최근 2년 동안 월 기준 두번째로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월세 자금 용도로도 활용되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도 불어난 데 반해 주택담보대출은 감소세를 띠었다.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자 주택 구입을 미루는 이들이 증가한 여파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2월 말 현재 전세대출 잔액은 35조7757억원으로, 전월 말(34조5065억원) 대비 1조2692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 1월 증가액(4580억원)의 2.77배, 지난해 같은달(7531억원)의 1.7배에 해당한다.

아울러 전세자금 대출이 급증한 지난해 10월(1조5229억원)을 빼면 전년 1월 후 월 기준 증가폭으로는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아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경기 주춤, 주택 구입 미뤄…전셋집 재계약 수요 ↑

주택 실거래가 공개 사이트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전월세 거래 건수는 2만1479건으로, 전월(1만3724건)보다 56.5%(7755건)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8009건)보다 19.3%(3470건) 불어났다.

전셋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의 2월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4억2204만원으로, 전월(4억2153만원) 대비 51만원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의 전세 평균가격도 같은 기간 2억3669만원에서 2억3719만원으로 50만원 올랐다.

거래량이 늘고 전셋값마저 오르면서 전월세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한도대출 역시 증가세를 띠고 있다.

2월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전월보다 2815억원 늘어났다. 같은 달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5060억원 불어났다.

◆본격적인 이사철, 실수요자 중심의 전세자금대출 늘어

이처럼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지만, 매매 시장은 비교적 잠잠한 수준이다.

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건수는 4699건으로, 전월(4502건)보다는 소폭 늘었으나 지난해 동기(4924건)에 비해서는 줄었다.

주택담보대출도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6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1월 2조1048억원, 2월 8617억원 각각 줄어들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이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한 2014년 8월 이후 월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대학생들이 서울의 한 대학 인근 벽에 빼곡히 나붙은 하숙집 벽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 거래가 급증하고 있지만 매매 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으로 미뤄보면 실수요자들이 공급물량 과다와 대출금리 상승 등에 발목이 잡혀 주택을 구매하는 여건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다시 말해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아파트를 사들이기보다 1~2년 더 전월세로 거주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엿본 뒤 매매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얘기다.

◆제2금융권 대출 문턱도 높아져…불법 대부업체, 서민 대상으로 기승부릴 우려

한편 최근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제2금융권 대출까지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이 강화되면서 이들 취약계층의 자금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 강화로 2금융권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면 가히 살인적인 금리를 요구하는 불법 대부업체로 서민들의 수요가 쏠리게 되고, 법 테두리를 벗어난 영업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어서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노후 계량기에 빈집을 뜻하는 '×' 문양이 줄줄이 표시돼 있다.
상황이 이러자 일각에서는 부동산 투기 등에 이용될 소지가 있는 고소득층 대상 대출을 막고, 저소득층의 생계형 대출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부는 대출 관리 강화로 서민층의 금융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햇살론'이나 '사잇돌대출' 등 정책 서민금융을 적극 공급하기로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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