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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기 적합업종 강화’ 정부 방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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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8 01:58:39 수정 : 2017-04-18 01: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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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고 하면 생소하다. 법은 ‘대·중소기업 간의 역할분담을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적합한 분야’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해도 문제될 것 없는 김치, 두부, 떡국떡, 청국장, 동네빵집 등 74개 업종 또는 품목에 대기업의 확장자제 등을 권유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받으려면 중소기업자단체는 시장조사와 대기업의 시장 확장에 따른 어려움을 정리해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해야 한다. 조사를 거쳐 중소기업자들은 대기업 측과 지난한 협상을 해야 한다. 이른바 자율합의다. 이에 중소기업자들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적정선에서 합의하고 대기업의 선의를 기대한다.

다행스럽게도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매출과 수익이 늘어 효과가 있다는 조사가 나온다. 제과점업의 경우에는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지 9개월 후 동네빵집 수가 전년 대비 384개 늘었고, 매출도 20% 이상 상승했다. 2016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도의 필요성에 국민 90%가 공감했다.

양창영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
최근 국회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중소기업청에서 직권으로 선정해 지정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생계형 영세 소상공인 업종만이라도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법안이 많이 제출됐다. 중소기업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대기업의 자제력 잃은 중소기업 영역 침탈과 정부의 방관이 빚어낸 결과라 풀이된다.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해 왔던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된 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일궈 놓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에 바빴다. 대기업은 기술개발이나 혁신의 길을 가기보다는 중소기업 시장을 잠식하는 손쉬운 길을 선택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시장의 자유와 통상문제 등을 핑계로 소극적이었다.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특별법을 만들어 보호하겠다고 정부와 여야가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자율합의가 난관에 부딪힐 경우 중소기업청은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 정부는 기계적 중립과 방관 사이에서 경제민주화와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노력은 뒷전이었다.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사업영역은 위축되고 폐업은 반복됐다. 중소기업들은 약속했던 특별법을 만들거나 생계형 업종만이라도 제도를 개선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국회에 발의된 적합업종 법안의 통과와 시행까지 시간을 기다릴 여유조차 없는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현행법 범위에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실효성 있는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위해 광역자치단체장에게 권한을 위임할 수 있고, 중소기업청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자율합의 과정을 관리하고 필요하면 사업조정 회부를 요청해서 신속한 합의를 이끌 수도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폐업률과 과다 부채 소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2016년 경제민주화 도시 선언과 함께 중소기업의 요구에 맞춰 서울시에 집중된 업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자 단체를 파악하고 적합업종 실태와 성과 등 지정신청에 필요한 자료조사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돕고 있다. 중앙정부는 서울시의 사례를 기초로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에 시급히 나서야 할 때다.

양창영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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