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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떠나는 양지희 "밉고 무섭지만, 위성우 감독님 못 만났으면 더 일찍 은퇴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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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4 06:00:00 수정 : 2017-04-13 21: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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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2016∼2017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시상식이 열린 경기도 용인 실내체육관. 아산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 시상식 때 깜짝 이벤트가 있었다. 우리은행 주장 양지희(33)의 남편이 관중석에서 내려와 아내에게 꽃다발을 전해준 뒤 진한 키스를 선사했다. 양지희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이 이벤트는 아내의 프로 선수 마지막 경기를 축하해주기 위해 남편이 마련했다.
우리은행 양지희가 지난달 20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통합 5연패를 달성한 뒤 남편과 키스하고 있다. WKBL 제공

우리은행과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에서 대들보로 활약하던 센터 양지희가 정들었던 코트와 작별한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13일 “양지희가 이번 시즌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지희는 2015∼1016시즌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되는 등 우리은행이 통합 5연패를 달성하며 왕조를 구축하는데 1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고질적인 무릎과 허리 부상으로 비시즌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2라운드부터 경기에 나섰지만 완벽한 컨디션을 보이지 못했다. 시즌 내내 통증을 참아가며 뛰었지만 결국 더 이상은 무리라는 판단에 고심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양지희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부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이 은퇴시기라고 생각해서 결단을 내렸다”며 “마지막을 좀 더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떠나게 돼 조금은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양지희는 최근 우리은행 우승 기념 여행에서 위성우 감독과 은퇴 관련해 심도 깊게 논의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우리은행은 양지희의 결정을 존중했다. 양지희는 프로 통산 정규리그 447경기에 출전해 평균 8.3득점 5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프로 전체로 봤을 때는 두드러지진 않지만 말년에 꽃을 피운 선수다. 양지희는 2003 신인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신세계(현 KEB하나은행)에 지명됐다. 2003년 여름리그부터 프로 무대를 누볐지만 2007년 겨울리그까지 거의 벤치를 지켜 성적이 변변치 못했다.
우리은행 양지희가 지난달 20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통합 5연패를 달성한 뒤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WKBL 제공

2007∼2008시즌은 그에게 변환점이었다. 당시 여자프로농구는 한시적으로 외국인 선수제도를 폐지했다. 이 때부터 주전으로 나선 양지희는 출전시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두각을 나타냈다. 양지희의 절정기는 2010∼2011시즌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으면서 부터다. 양지희 가세 후에도 우리은행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2∼2013시즌을 앞두고 인천 신한은행에서 코치로 호흡을 맞추던 위성우(46)감독과 전주원(45)코치가 부임하면서 양지희도 일취월장했다. 위 감독을 만난 양지희는 힘을 제대로 활용해 골밑 플레이 하는 법을 배웠다. 양지희는 “위성우 감독님은 밉고 싫고 무서운분이지만 저를 알에서 깨어 나오게끔 이끌어 주신분이다. 사실 제가 이렇게 농구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더 빨리 은퇴했을 것”고 설명했다.

양지희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무대를 평정했다. 양지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봤다.
우리은행 양지희(왼쪽)와 위성우 감독 WKBL 제공

코트를 떠나는 양지희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양지희는 “주장인 저를 믿고 따라온 후배들에게 고맙다. 후배들은 더 잘하고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사랑해주신 모든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그 사랑 여자농구에 대물림되길 바란다. WKBL에서 뛰는 선수들을 모두 응원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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