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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혼부터 첫날밤까지… 왕의 결혼 ‘온나라가 들썩’

입력 : 2017-04-13 20:52:12 수정 : 2017-04-13 2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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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국왕의 인륜지대사 조선시대의 왕이 짝을 찾는 방식은 대단히 권위적이었다. 그는 초월적인 존재로서 특수한 방식으로 정혼을 요구했다. 가가호호 미혼 양반 규수들의 신상에 정통한 중매쟁이가 개입하는 것이 아닌, 전국에 광고를 내 후보를 받는 공개구혼이었다. 왕실은 국왕이 규수를 구한다는 사실을 공론화하고, 조정을 통해 널리 알렸다. 조선 초기에는 후궁이나 왕세자빈을 간택할 때 금혼령을 내리기도 했다. 딸이 궁으로 들어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은 양반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처녀단자 제출을 피했다.

조선시대 왕실의 삶과 문화를 연구해 온 임민혁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이 신간 ‘조선 국왕 장가보내기’를 통해 조선 국왕의 인륜지대사를 구혼부터 첫날밤까지 세세하게 추적한다.

조선왕조는 왕실의 모든 행사를 기록으로 남겼다. 왕의 혼례로 대표되는 가례부터 장례로 대표되는 흉례까지 남김없이 기록화하여 후세에 전했다.

조선 영조 25년(1749) 편찬된 ‘국혼정례’(國婚定例)에는 왕실의 혼인 비용이 상세하게 정리돼 있다. 결혼 주무 부서인 가례도감은 호조로부터 은돈 500냥, 전문(錢文·돈) 75관, 명주로 짠 피륙 2동, 쌀 100석 등을 받았다. 병조에게는 전문 75관과 무명실로 짠 피륙 15동을 걷었다. 호조와 병조는 이 밖에도 왕실 재정을 관리하는 내수사에 별도의 비용을 전달했다. 


조선 제24대 왕인 헌종이 효정왕후와 가례를 치른 후 진하 장면을 그린 ‘헌종가례진하도’.
한국학중앙연구원
1746년 간행된 법전인 ‘속대전’을 근거로 당대의 물품 가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호조와 병조가 가례도감에 낸 돈은 2억2625만원, 내수사에 낸 돈은 4억5117만원에 달한다. 국혼에 들어간 예산이 6억8000만원 정도 드는 셈이다. 임 연구원은 “호조에서 양 기관에 보낸 예산을 쌀 1800석으로 어림잡으면 호조가 1년간 운용하는 예산의 약 2%에 해당한다”며 “영조 40년(1764)에는 임금이 왕자녀의 가례가 겹치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나친 사치를 없애도록 했다”고 지적한다.

왕의 신부 후보 가운데 적임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간택은 총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초간택에서는 5명 내외를 남겼고, 재간택에서 3명 내외로 추렸다. 간택된 처녀들은 왕실의 특별한 손님으로 대우받았다. 설령 낙점받지 못하더라도 푸짐한 선물을 받아 귀가했다. 흔히 간택 후보에 올랐다가 탈락한 처녀들이 평생 수절하며 사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는 낭설에 불과하다. 임 연구원은 “간택 참여에 생각보다 큰 비용이 소요됐고, 궁궐에 평생 갇혀 지내야 하는 삶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간택된 여성은 별궁 생활을 거쳐 왕과의 혼례를 올렸다. 왕의 부인이 된다는 것은 왕비로 책봉되는 일인 만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를 위해 왕비는 왕과 ‘동급’의 지위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려야 했고, 여러 권위와 상징이 다양한 방식으로 부여됐다.

조선 후기 왕과 왕비의 연령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인조는 44세에 15세의 장렬왕후를 맞았다. 숙종은 42세에 16세의 인원왕후를, 영조는 62세에 15세의 정순왕후를 왕비로 삼았다.

왕실의 결혼 과정을 조명한 저자는 후궁을 단순한 첩이 아니라 ‘왕비가 될 수 있는 예비 존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중종의 첫 번째 계비인 장경왕후는 정비인 단경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후궁에서 비가 됐다. 임 연구원은 “종 2품의 후궁인 숙의 중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책봉된 여성은 국왕의 또 다른 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면서 “일률적으로 후궁을 첩이라 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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