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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개혁은 초기 불심의 회복에서 출발”

입력 : 2017-04-11 21:06:15 수정 : 2017-04-11 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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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 원전 보급운동 이끄는 미산 스님 한국 불교의 묵은 숙제 중 하나는 ‘초기 불심’의 회복이다. 1700년을 유지해 온 한국 불교의 전통 선맥을 계승하면서 젊은 불자들을 흡수하는 사명은 불교 종단의 숙원이다. 이는 초기 불심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현재 불가에서는 석가모니 가르침의 원전을 재생하는 운동이 활발하다.

석가의 원전 보급 운동을 이끌고 있는 미산 스님(서울 상도선원장)을 11일 만나 인터뷰했다. 스님은 “붓다의 본래 가르침을 듣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경전인 빠알리어(팔리어: 석가모니 생존 시 지역 방언)로 된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다. 그런데 국내에 번역, 전래된 것은 애초 영역본이었다”면서 “번역은 속성상 지역과 시대에 따른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이 결합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번역본의 한계를 지적한 말이다.

스님은 “빠알리어 경전을 일반적이고 쉬운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이 불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고요한 소리’가 도맡아왔다”며 “고요한 소리는 지난 30년 동안 120만부 이상 원전을 국내에 보급했다”고 소개했다.


미산 스님(왼쪽)이 출판사 ‘고요한 소리’의 변영섭 공동대표와 석가모니의 초기 경전을 우리말로 번역 보급하는 작업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미산 스님은 “물질주의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의 가치를 일깨우는 초기 불교의 수행운동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그간 국내에 있는 불교 경전은 대부분 아함경(한문본)을 우리말로 해석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불교는 중국 불교의 해석을 거친 대승불교가 주를 이뤄왔다. ‘고요한 소리’가 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초기 경전을 확산하는 데 주력한 이유다.

미산 스님은 “고요한 소리의 영향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빠알리어와 초기불교를 배우기 위해 스리랑카와 인도로 유학을 떠난 승려들과 재가 학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이제 초기불교 전공자들에 의해 질 높은 연구물들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초기불교 이해를 통해 대승불교와 선불교에 대한 이해도가 더 깊고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고요한 소리’(공동대표 하주락·변영섭)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15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과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중도(中道) 이 시대의 길’ 주제로 기념 포럼을 갖는다.

미산 스님이 포럼의 좌장을 맡고 양형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홍창성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백도수 능인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불교의 핵심 사상인 중도의 의미와 가치를 규명하는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원봉사 불자들이 중심이 돼 운영 중인 ‘고요한 소리’는 지난 1987년 ‘영원한 올챙이’를 첫 출간한 이래 스리랑카불자출판협회(BPS)가 간행한 불서와 논문 80여 편을 우리말로 옮겼다. ‘고요한 소리’는 1987년 통도사 경봉 스님의 제자인 활성 스님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미산 스님은 “1980년대만 해도 빠알리어 초기 경전은 대승경전이나 선어록에 비해 중요한 경전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면서 “한국 불교 전통 안에서 초기불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단체는 ‘고요한 소리’였다”고 전했다.

스님은 “애초 초기불교 경전은 대부분 빠알리어로 되어 있는데, 고래로부터 국내에 전래된 불경은 한문본 번역문인 대승경전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본질을 지향하는 스님들에게는 불만족스런 부분이 많았다”면서 “빠알리어 경전이 뒤늦게 알려지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미산 스님(60)은 불교계의 대표적인 해외파 학승이다. 인도 푸나대학에서 빠알리어·산스크리트어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초기불교 연구의 중심지인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14세 때 전남 백양사에서 출가했다.

스님은 “물질주의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의 가치를 일깨우는 초기불교의 수행 운동을 일으키고 싶다”면서 “불교계에서 조용한 개혁 운동의 시작은 고요한 소리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님은 “‘고요한 소리’와 같은 순수 불자 모임이 불가를 보다 차원 높은 종교로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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