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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밀행정, 4차 혁명 위한 따뜻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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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1 01:11:59 수정 : 2017-04-11 01: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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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따뜻한 행정’이란 용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컴퓨터란 차갑고 감성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 혁명을 이끄는 컴퓨터 기술은 이러한 아이러니를 가능하게 한다. 모든 공과금에는 납부기한이 있다. 동일한 납부기한이 주어졌으니 공평한 행정이다. 홍길동은 지난해 매달 10일 전에 공과금을 선납했는데 이번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10일 늦게 납부해 가산금을 냈다. 그는 이런 행정을 따뜻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정부가 개인별로 과거 총 선납일수를 기억해 늦게라도 이 범위 안에 납부해 가산금을 추징하지 않는다면 그는 정부가 자신의 사정을 고려해준 것에 감사할 것이다. 이런 행정은 효율적이지 않지만 공평하고 따뜻한 행정이다.

알파고의 충격 이후 우리 사회는 AI를 이용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알파고가 수많은 바둑기보를 학습해 AI 기사가 된 것처럼 컴퓨터가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지능을 갖춘 실체인 지능봇으로 진화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의 연결고리는 개인이 생활하면서 남긴 데이터이며, 이것이 인간에게는 지식이며, 컴퓨터에게는 지능의 원석(原石)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 두 공간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융합된 혼합공간에서 인간과 지능봇이 상생하면서 모든 사회 프로세스가 작동되는 최적화사회가 될 것이다. 이런 사회를 준비하는 우리 행정의 미래 비전은 ‘규제 없는 행정’이어야 한다.

이원석 연세대 교수·컴퓨터과학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경쟁에서 중요한 원석인 데이터를 풍족하게 보유하고 있어 정밀행정을 실현할 수 있는 우수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원석을 지능으로 바꿔야 실현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새로운 혁신을 요구한다. “어제의 성공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는 앨빈 토플러의 말을 되새기며 산업화와 정보화에 성공했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혁신해야 한다.

산업화시대의 핵심가치였던 반복적 분업은 지능로봇이 월등히 잘하며, 1차원적 단순 행정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잦은 부서이동은 전문성을 떨어뜨리며, 경험에 기반한 상명하복식 리더십은 사회변혁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러한 모든 가치가 미래에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런 가치들이 사회 모든 곳에 획일적으로 고착돼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밀행정의 성공 여부는 ‘사회 각 분야의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이다. 한 개인은 사적인 영역이지만 여러 명이 모이면 공적인 영역이 된다. 우리 몸 모세혈관의 피를 심장으로 가져와 새롭게 정화해 인체에 공급하듯 개인의 데이터를 완벽하게 비식별화 가공하고 데이터 연계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국가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다면 정밀행정의 맥박은 건강하고 역동적으로 뛰게 될 것이다. 인간이 컴퓨터를 이길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은 ‘감성지능’이라고 한다. 정밀행정은 미래 4차 산업혁명 국가가 반드시 갖춰야 할 감성지능이다. 이제 3차 산업혁명의 자산인 우리의 데이터로 행정의 4차 산업혁명인 정밀행정을 위한 창의적 여정을 시작할 때이다.

이원석 연세대 교수·컴퓨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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