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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떤 보스턴… 그 속에서 피어난 ‘희망’

입력 : 2017-04-06 20:28:53 수정 : 2017-04-06 20: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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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버그 감독 ‘패트리어트 데이’
피터 버그 감독의 새영화 ‘패트리어트 데이’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때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경찰과 정부, 그리고 용기 있는 행동을 보인 시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결코 영화적 수사나 기교를 부리지 않은 채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감정을 충실하게 따라가면서 더욱 진실한 감동을 전한다. 누구도 겪어본 적 없었을 폭탄 테러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보다 시민들의 안전을 먼저 챙기는 주인공 토미 샌더스(마크 월버그)와 동료들, 그리고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시민들의 행동이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영화 엔딩에 등장하는 생존자들의 인터뷰는 극장문을 나선 뒤에도 한동안 귓가를 맴돈다. “삶에서 가장 힘든 최악의 시간을 보냈지만, 최고의 시간이기도 했다. 엄청난 친절과 관심을 받았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날 테러리스트들은 목숨과 팔 다리를 앗아갔고, 우리가 안전하다는 믿음도 빼았았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보다 강한 공동체 의식을 남겼다.”, “어려운 일이 닥쳐오면 함께 맞서야 한다. 우리에겐 언제나 희망이 있다.”

2013년 4월 15일 오후 2시 50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결승점 근처에서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미 독립전쟁(1775)의 첫 전투를 기념하는 ‘패트리어트 데이’에 일어난 테러는 260여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며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용의자는 러시아 체첸공화국에서 온 이민가정 출신의 타메르란 차르나예프와 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였다. 이들은 집 안에서 압력솥 폭탄을 제조한 뒤 가방에 담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결승점 부근에 놓았다.

‘패트리어트 데이’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사건 당시 긴박했던 순간과 범인 검거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론 서바이버’와 ‘딥워터 호라이즌’ 등 할리우드 실화 영화의 강자 피터 버그 감독이 연출했다.
스콘 제공
테러범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 105시간 만에 붙잡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 발생 즉시 긴급 성명을 통해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행위”라 단정 짓고 범인 검거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보스턴 상공을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한 연방항공청은 로건국제공항의 비행기 착륙을 금지시켰고 법무부는 조사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 보스턴 전체가 봉쇄됐다.

보스턴은 하버드, MIT 등 명문 대학과 연구소·박물관 등이 밀집된 유서 깊은 교육의 도시이자, 페미니즘 운동 등 미국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시민운동이 태동한 곳이다. 이러한 문화가 바탕이 된 보스턴의 시민들은 테러가 발생한 뒤에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다. 그들은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집을 기꺼이 개방했고, 식당에서는 음식을 무료로 제공했으며, 학생들은 헌혈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섰다. 테러범을 목격했다는 수만 건의 제보도 이어졌다.

한 시민은 사건 직후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공포심이다. 그들에게 지지 않는 방법은 공포를 느끼지 않고 일상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테러범들을 쫓는 경찰의 긴박한 추격 과정과 보스턴 시민들의 공조를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세밀하게 재현해낸다.

단 4일이라는 최단 기간 범인 검거는 시민들의 협조로 수집된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가 있어 가능했다. 사건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 심지어 개인 트위터와 페이스북 대화까지 자발적 제보가 쏟아졌고, 600여 개의 CCTV 영상도 확보되었다. 이렇게 모아진 영화 1만 편 분량의 10TB 데이터는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영화는 기존에 흔히 다루지 않았던 실제 뉴스와 기록 영상들을 혼입한 ‘하이퍼 리얼리즘’ 장르를 통해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그날의 비극과 시민들의 용기를 다시 떠올린다. 워터타운 총격전 대목은 행인이 녹음한 실제 음향을 사용해 긴박했던 분위기를 고스란히 표출해내며 현실감을 극대화시킨다.

피터 버그 감독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동료를 잃고 생환한 네이비실 대원의 이야기를 그린 ‘론 서바이버’(2014)를 기점으로 석유시추선 폭발사고를 다룬 ‘딥워터 호라이즌’(2016)에 이어 ‘패트리어트 데이’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강렬한 영화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앞서 ‘킹덤’ ‘핸콕’ ‘배틀쉽’ 등의 작품과 올해 현대자동차 슈퍼볼 광고를 연출한 인연을 가진, 우리와 친숙한 인물이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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