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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안희정 정신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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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04 04:16:46 수정 : 2017-04-11 17: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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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편 네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
고집하면 갈 길은 뻔해
보수 진보 낡은 껍질 벗지 않으면
껍질에 갇혀 말라 죽게 될 것
더불어민주당 경선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집안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역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회주의자’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수모를 견디며 완주했지만 ‘본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호소도 먹히지 않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에서보다 안희정·안철수 양자대결에서 더 큰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지사로서는 아쉬움이 큰 경합이었을 것이다.

그는 “승패와 상관없이 2017년 대선을 주도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주장했는데 과장이 아니다. 20세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선거·정당문화의 벽에 막혀 예선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그가 혼돈의 시대에 던진 ‘대연정’이란 문제적 시대정신의 울림은 이어지고 있다. ‘대연정’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안을 떠돌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대선이 있는 5월을 통합이라고 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통합정부론’이 거론되고 있다. 서로를 원수처럼 대하고 싸우는 정치를 바꾸고, 서로 이념과 성향이 다른 여야가 힘을 모으는 ‘연대’와 ‘연합’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기홍 논설위원
우리는 언제부턴가 상생과 화합의 정치문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쇼를 포장하는 장식물 정도로 취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가식과 시늉의 정치놀음에 빠져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두 눈으로 보게 된 것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다. 뒤늦게 주권재민, 견제와 균형의 협치를 위한 국가 대개혁에 눈을 떴지만 막상 실현 방법을 놓고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의 독주시스템은 그대로이고 차기 대통령이 물려받을 국정은 엉망진창이다. 그것을 하나하나 뜯어고치려면 혼자 힘으로는 어림없다. 민주당 121석, 자유한국당 93석,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33석이다. 법안 하나라도 처리하려면 3당이 뜻을 합쳐야 한다. 진영을 뛰어넘는 통합의 리더십이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연합정치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연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강준만 교수는 2012년 대선 때 “이번 대선을 지배해야 할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한 2005년에도 그랬고, 안희정이 12년 만에 다시 대연정을 주창한 2017년에도 화두는 ‘화해와 통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세론의 문재인 후보는 곳곳에서 진동하는 ‘반문’ 냄새의 원인을 주목해야 한다. 적폐청산 대청소에 집착하지 말고 노무현정부의 ‘4대 개혁’ 혼란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 4대개혁 입법을 당위성만을 따져 밀어붙이려다 ‘4대 국론분열법’으로 규정한 보수의 반대에 부딪혀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약속은 그렇게 했어도 막상 청와대 주인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지 못할 것이고 사드를 백지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게 현실이다.

역대 정부는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는 배제의 정치를 하다 모두 실패했다. 다음 정부도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가르는 분열의 정치를 고집하면 갈 길은 뻔하다. 보수 진보 두 날개가 함께 낡은 껍질을 벗지 않으면 껍질에 갇혀 말라 죽게 된다. 추락하는 보수는 바닥을 찍고 반등만 남은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멀었다.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은 것처럼 보이는 진보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두 진영이 더 크고 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손을 잡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의 간절한 마음이다.

안희정은 1등 자리는 내주었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협치를 향한 포부를 변함없이 가슴에 담고 있기를 기대한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전 교수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 “늙은이는 쓰러진 자리가 무덤이 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넘어진 자리가 바로 성공의 출발점이다.” 안희정은 아직 젊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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