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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가 지루하다? 원형 비틀기 음악 변주로 편견 깬다

입력 : 2017-04-02 21:23:54 수정 : 2017-04-02 21: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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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흥보씨’ 무대오르는 김준수·유태평양 “제가 이 극에 참여해서가 아니라, 런스루(전체 연습)할 때 눈을 못 떼고 봐요. 순간순간 너무 재밌어서요. 뒤에서 계속 웃어요.”

국립창극단 단원 유태평양(25)이 신작 ‘흥보씨’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이러다 막상 재미 없음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흥부’ 하면 고전적이리라 짐작할 텐데 첫 등장부터 선입견이 깨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가 기대감을 부채질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흥보씨’는 ‘착하게 살면 과연 손해 보는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흥보 역을 맡은 김준수(왼쪽)와 제비 역을 맡은 유태평양.
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이 5∼16일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선보이는 ‘흥보씨’는 제작진부터 화려하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고선웅 극본·연출에 이자람 작창·작곡·음악감독이다. 두 이름만으로 관객의 발길을 절반쯤 붙들 법하다. 여기에 흥과 끼가 넘치는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화룡점정처럼 더해졌다. 유태평양은 ‘흥보씨’에서 ‘제비’를 맡았다. 제비의 은인 ‘흥보’는 ‘국악계 아이돌’ 김준수(26)가 연기한다. ‘차세대 소리꾼’으로 주목받는 두 사람을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흥보씨’는 기존 흥부가를 과감하게 비틀었다. 출생의 비밀이 끼어들고 흥보의 자식들은 입양한 거지들인 데다 외계인까지 등장한다. 제비 역시 새가 아니라 여성을 유혹하는 ‘강남 제비’다. 흥보는 득도하거나 예수라도 된 듯 “잘만 굶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며 선문답을 읊는다. 그럼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게 국립극장 측의 귀띔이다.

흥보로 분한 김준수.
“고선웅 연출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할 정도로 각 장면으로 넘어가는 장치를 기막히게 만들어요. 배우 배치와 동선도 큰 그림에서 깔끔하게 구성하고요. 대사와 연기에서도 군더더기가 없어요.”(유태평양)

“‘홍도’ ‘푸르른날에’ 같은 연출님 작품을 많이 봤어요. 이번에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어요. 워낙 고 연출의 극은 장면전환이 빠르고, 빈틈을 주지 않아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가요. 이게 가장 큰 장점 같아요. 깔끔한 무대도요.”(김준수)

이자람과의 작업 역시 즐겁다. 두 사람은 이자람에 대해 “젊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소리꾼”이라고 엄지를 추켜세운다. 김준수는 “웃음소리가 저희보다 배나 크고 늘 행복 바이러스를 주는 ‘연습실의 흥보’”라며 “그러면서도 연습 때는 모두 다 집중하게 만드는 카리스마와 힘이 있다”고 전했다.

제비로 분한 유태평양.
그러나 제작진의 뛰어남과 별개로 연습 과정은 늘 힘든 법이다. 특히 ‘감정 뺀 대사 처리’ ‘연기하지 않는 연기’를 주문하는 고선웅표 연출은 큰 도전이다. 김준수는 “대사를 무미건조하게, 모든 감정을 빼고 깔끔하게 해야 하는데 쉬운 게 아니더라”고 토로했다. 유태평양은 “내가 제비가 돼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제3자의 눈으로 제비를 설명해주는 느낌을 요구하는 것 같다”며 “이게 판소리의 요소인데, 연출께서 판소리의 구조를 창극에서 살리고 싶어하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두 사람은 국립창극단이 시도하는 과감한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 중이다. 창극단의 실험은 5년 전 ‘장화홍련’부터 시작됐다. 창극에 스릴러와 ‘19금’을 접목하고 그리스 비극을 소재로 쓰는 등 창극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만큼 ‘차세대 소리꾼’인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2013년 입단한 김준수는 창극단 스타다. 팬클럽 회원만 170명이 넘는다. 아이돌 스타처럼 연습 때면 스티커가 붙은 간식 도시락도 배달된다. 이들은 김준수 개인팬을 넘어 창극을 아끼고 알리는 팬으로 자리 잡았다.

유태평양은 6살 때 3시간이 넘는 흥부가를 ‘최연소’로 완창해 일찌감치 이름을 알렸다. ‘국악 신동’이던 그는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엉뚱하게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났다. 아프리카에서 타악기를 배우며 세상의 온갖 음악을 접했다. 지난해 창극단에 들어온 그는 이미 두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다. 한 살 터울에 창극단 막내뻘인 두 사람은 “마음이 맞고 이야기할 것도, 궁금한 것도 많아 자연스레 가까워졌다”고 한다. 소리꾼으로서 이들은 먼 곳을 바라봤다.

“추상적이지만 음악을 하고 싶어요. 예술에는 경계가 없어요. 남아공 유학 때 많이 느꼈어요. 세계에 나가서도 충분히 공감할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유태평양)

“지금 우리 나이는 마구 도전하는 시기 같아요. 아직 경험할 게 많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요즘은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어요.”(김준수)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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