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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소행 심증만 굳힌채… 암살 45일 만에 외교갈등 봉합

입력 : 2017-03-30 23:17:57 수정 : 2017-03-31 00: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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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시신 北 송환 이역만리에서 이복동생의 지시로 암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남 시신이 북한으로 돌려 보내지게 된 것은 암살 사건이 있은 지 45일 만이다.

양국은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6개항의 공동성명을 통해 김정남 시신을 북한에 있는 김정남 가족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언급된 가족은 사실상 김정남의 이복동생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시신을 북으로 돌려 보낸데는 아들 김한솔 등 직계 가족이 시신 인도를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외교적 갈등을 더이상 확대하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지으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날 시신과 함께 김정남 암살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북한대사관의 현광성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이 함께 탑승한 점이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정남) 살인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재판에 넘기도록 지시했다고 한 것은 일종의 수사적 표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으로 돌아간 김정남 시신이 어떻게 처리될지도 관심사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김정남 시신이 평양에 도착하는 대로 극소수의 정부기관 요원들에게 처리를 명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남 존재와 암살 사건은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존재”라면서 “(시신) 인도 사실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최소한의 절차를 거쳐 비밀리에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죽어서 고국 땅을 밟게 된 김정남의 시신이 제대로 된 장례 절차도 없이 화장되거나 묻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시신 처리와 함께 북한 당국은 국가보위성 주도로 김정남 관련 소문을 차단하고 암살 관련 정보가 북한 내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에는 김정남의 직계 가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들인 김한솔을 비롯한 유가족들은 현재 체류 중인 국가가 어디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대북 소식통은 “중국과의 접경지역 등을 중심으로 김정남 암살 관련 입소문이 흘러드는 것을 이중, 삼중으로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소식을 접한 주민들을 찾아내 격리하는 조치도 강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 근무를 마치고 최근 입국한 외교관과 무역일꾼, 근로자 등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입단속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 암살 소식이 북한으로 들어가면서 그가 김정일의 장남, 김정은의 이복형이라는 복잡한 가정사까지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해 주민들이 놀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남의 유가족들이 (늦게라도) 유해 인도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지만, 정치적 선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남은 북한에 돌아가서도 잊혀진 존재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과 말레이시아간 김정남 시신 인도 합의를 도출한 데 대해 “사건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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