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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얼빠진 군인정신으로 어떻게 나라 지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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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30 00:59:43 수정 : 2017-03-30 0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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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제거 작전 부모 동의 받아
북 핵실험·미사일 발사 임박
군 기강 다잡아 신뢰 되찾아야
아무리 군기가 빠졌다지만 이럴 순 없다. 수도권의 한 육군 공병부대가 6·25전쟁 때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작전을 벌이면서 병사 부모들에게 작전 투입 동의서를 받았다고 한다. 이 부대는 ‘지뢰제거 작전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의 안내문에 보호자 동의서를 첨부해 병사의 집으로 보냈다. 동의 여부를 표시한 뒤 부대로 반송해달라는 요청과 함께였다. 이 부대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30명을 선발했고, 이 중 8명의 부모는 ‘내 자식의 지뢰제거 작전 투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부대에 전달했다. 해당 병사들은 작전에서 제외됐다.

해당 부대는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해서 동의를 구하게 됐다”고 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의연하게 동의한 부모들이 작전에서 빠진 다른 자식들의 얘기를 들었다면 어떤 심정이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유사시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병사들의 작전 투입에 대해 부모 동의를 받은 저의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적이 쳐들어와도 맞서 싸우기 전에 부모 동의를 받으려 할 것인가.

군 당국은 특별히 규정을 어긴 게 아니어서 구두 경고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그래선 안 된다. 진상을 철저히 조사한 뒤 문제점들을 찾아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작년 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번졌을 때 군은 ‘병사 부모들의 정서’를 이유로 가금류 살처분 인력 지원을 꺼렸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자위대 병력이 제도적으로 즉각 살처분 현장에 투입되는 것과 대비됐다. 그만큼 우리 군의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뜻이다. 이런 군대에 국방을 맡길 수 있겠는가.

지금 한반도 긴장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에서 장비 운송용 차량들이 발견되고 관측장비로 보이는 통신 케이블이 깔린 정황이 드러났다.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에선 우라늄 농축 등을 시사하는 다양한 활동이 포착됐다.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될 6차 핵실험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택일’만 남은 셈이다. 핵폭탄 3∼5발을 동시에 터트리는 다중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이 잇따르자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연쇄적으로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미군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장거리전략폭격기 등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속속 전개됐다. 우리 군이 이런 미군의 힘만 믿고 국가 수호의 자세가 해이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나라는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 군은 얼빠진 ‘군인 정신’부터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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