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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지훈련 항공료·장학금 챙긴 사립대 축구부 감독·코치

입력 : 2017-03-29 19:13:06 수정 : 2017-03-29 21: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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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민원… 경찰 수사
국내 유명 사립대 축구부의 감독과 코치가 학부모들을 상대로 수년간 ‘갑질’을 일삼으며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나 수년째 피해를 당했다는 학부모들은 문제가 불거지고도 1년 이상 감독, 코치가 보직을 유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또 당국의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교육학과 축구부 감독 A씨와 코치 B씨가 2008∼2015년 선수 학부모들로부터 3억∼5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축구부가 해외로 전지훈련을 갈 때마다 감독 A씨는 “전지훈련 항공료는 학교에서 지원해 주지 않는다”며 학부모들을 속여 항공료와 현금성 경비 명목으로 선수 1인당 수백만원을 걷었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A씨의 말과 달리 대학 측은 전지훈련 항공료를 지원해 왔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코치 B씨가 학교에서 대부분의 체육특기생에게 주는 장학금을 아무런 이유 없이 선수나 학부모들에게 “도로 내놓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극소수의 선수를 제외하고 예외가 없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이 학교 축구부가 보통 30명 수준으로 꾸려지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수십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1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A씨와 코치 B씨의 상습적인 범행은 한 학부모의 신고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이들의 횡포를 참다 못한 한 학부모가 “스포츠 4대악을 근절하겠다”며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만든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2015년 민원을 제기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학교 측이 전지훈련 항공료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자 A씨와 B씨는 학부모들에게 전지훈련 항공료로 받은 돈 일부는 돌려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부모들은 신고한 지 1년이 넘도록 두 사람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고 달라진 게 없다며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 피해 학부모는 “장학금은 1000원 단위까지 내놓으라고도 했다”며 “문체부가 학교에도 (민원 내용을) 다 통보했을 텐데 학교 측이 감독과 코치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이 축구를 계속하고 있어 피해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실정이기도 하다.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통화에서 “나도 코치도 억울한 부분이 있어 그런 점을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 충분히 다 얘기했다”며 “전지훈련 항공료는 현금성 경비 명목으로 걷었고 사용처가 다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게 아니라 지금 구체적으로 뭘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코치 B씨에게도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들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이미 해당 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학부모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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