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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우리는 지금 어디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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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9 21:36:21 수정 : 2017-04-11 17: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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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혼란으로 촉발된 위기
째깍거리는 부채 시한폭탄
충돌 직전의 미·중 갈등
국가 위상마저 실종 상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지난해 9월 시작된 정치적 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판결을 받은 대통령은 구속 여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정치적 반전 기회를 노리다가 최악의 종착지까지 다다른 것이다. 초스피드로 진행되는 대통령선거는 검증을 뒤로하고 누구든 뽑으면 된다는 식으로 내달린다. 권력을 손 뻗어 잡을 거리에 다가선 후보들은 표에만 관심이다. 나라살림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부채가 나라를 집어삼킬듯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13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부채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가계부채는 자영업자 대출까지 포함할 경우 1500조원을 넘어섰다. 내년에는 1700조원 전망까지 나온다. 도덕적 해이라고 손가락질했던 그리스보다 심각하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이 기준금리를 올렸고 또 인상할 조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부채 폭탄이 터질 위험이 있다. 좀비기업은 3000개가 넘는다. 이자율이 오르면 그때서야 도미노현상이 눈에 보일 터이다. 수출을 늘려서 빚을 갚거나, 정부가 자산을 팔고 돈을 아껴서 빚을 갚아야 하는데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허공에 떠있다.


한용걸 논설위원
동북아 긴장은 잔뜩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하다.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강행하며 임계점에 다가섰다. 중국의 말은 씨도 안 먹힌다. 미국만 쳐다보는 게 우리 대책이다. 우크라이나 폐선을 관광용이라며 눈속임해 사들인 뒤 항공모함으로 개조한 중국은 해양 확장에 좌충우돌하고 있다. GDP의 70%를 대외교역에 의존하고, 물동량의 85%는 바다를 통해 움직인다. 석유 식량 등 전략적 물자 수송은 해양 수송에 의존한다. 그러니 훼방꾼이다 싶으면 무차별로 두들겨팬다. 사드(THAAD) 보복도 그 연장선상이다. 주먹질 앞에 발가벗겨진 우리는 그러다 그만두겠지 하는 게 대책이다. 중국은 경제패권까지 노리고 있다. 미국과 강대강 충돌이 불가피하다. 미·중 간 환율·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후폭풍은 우리가 뒤집어쓰게 된다.

친절했던 미국은 예전 같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를 지시할 작정이다. 10년 전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군사동맹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던 그 FTA가 위기에 몰린 마당에 군사동맹이라고 무사할까. “트럼프 정부도 출범 뒤 바뀔 것”이라던 안이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한국의 성장률마저 끌어내릴 것이다. 방한했던 미 국무장관은 외교장관 만찬에 초청받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국무장관 비서실의 독선적 분위기 탓에 만찬이 어그러졌다는 설명은 양국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증좌다. 미 국무장관은 일본을 동맹국으로, 한국을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를 두 번이나 만났다. 주일 미 대사는 곧바로 지명됐지만, 주한 미 대사는 두 달째 누군지조차 모른다. 주한 일본대사도 두 달간이나 자리를 비우고 있다. 주변 3국의 정세를 보면 우리가 마치 왕따를 당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어느 나라든 예외없이 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후진적인 정치적 혼란 때문이었다. 위기는 부지불식간에, 한꺼번에 덮치게 마련이다. 대규모 정치적 욕구 분출은 자유 성취라는 단맛과 함께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결과를 동반하기도 한다. 우리 반대편 대륙의 국가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 우리의 성장률이 수년째 게걸음이다. 실업률도 질식상태다. 정치가 잘 굴러가도 풀릴까 말까 한 난제들이다.

40일 뒤 선출될 지도자는 국가적 난제에 메스를 대고 고름을 빼고 치료할 수 있을까. 이른 시일 내 정치적 안정을 되찾아 눈앞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동북아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는데 과연 그럴 능력이 있을지.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다. 청와대 100m까지 몰려가 본 군중은 언제든 광장으로 뛰쳐나올 수 있다. 곳곳에서 터져나올 어깃장을 어찌 조율할지 걱정이다. 새 지도자는 날렵하고 전문적인 솜씨를 발휘해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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