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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zoom in] 바닥 민심 읽는 감각 뛰어나… 중앙정치 경험 부재 극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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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9 19:00:00 수정 : 2017-03-29 21: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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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민주당 이재명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2017년 대선의 더불어민주당 유력주자로 이재명 성남시장을 꼽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 등이 빠진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거침 없는 ‘사이다’ 화법으로 주목받았다. 여의도 정치권이 거국 중립내각, 명예로운 퇴진 등을 놓고 머뭇거릴 때 가장 먼저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광장의 열기를 바탕으로 그는 변방 장수에서 단숨에 중원 실력자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 국면이 전환되며 20%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과의 한판 싸움을 자청하는 이재명의 ‘진짜 교체’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29일 대전 중구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충청권 순회투표에서 기호1번 이재명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대전=남정탁 기자
◆소년공에서 변호사, 시민운동가로

그는 경북 안동·영양·봉화 3개 시·군이 만나는 청량산 자락에서 1963년 10월 5남4녀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족과 함께 이주한 경기도 성남이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됐다.

어려운 집안 형편을 거들기 위해 열네 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했다. 프레스 기계에 왼쪽 손목이 끼는 산업재해를 당하기도 했다. ‘이재명의 굽은 팔’이라는 저서 제목의 연유다. 이 후보가 지난 1월 대선 출마선언을 한 오리엔트공장은 아세톤과 석면가루를 들이마시며 시계 문자판에 칠을 하다 후각을 잃은 소년공의 한이 서린 곳이다.

“천장을 뚫고 올라가면 거기 다른 세상이 있으리란 막연한 믿음”에서 시작한 공부가 인생을 180도 바꿔 놓았다. 검정고시로 중·고교 졸업자격을 얻은 뒤 1982년 중앙대 법대에 들어갔다. 5·18 당시 공장 동료들과 함께 광주시민을 폭도, 빨갱이로 매도했던 그는 대학에서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게 된 뒤 “불의에 맞서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삶을 결정했다”고 회고한다. 사법연수원(18기) 동기 정성호 의원, 문병호·최원식 전 의원 등과 모임을 꾸려 노동법을 공부했고 사법개혁 촉구 서명을 주도했다.


◆중원의 대선주자로 우뚝 선 변방 장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성남시민모임 등에 참여하며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로 살던 그는 2004년 지역 의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시민 20만명의 서명으로 만든 조례가 성남시의회에서 47초 만에 부결됐다. 분을 이기지 못하고 엉엉 울면서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2010년 민선5기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방정부 최초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부채 청산, 부분적 기본소득제인 청년배당 등을 추진했다. 그는 96%의 공약 이행률, 재선 당시 보수 텃밭인 분당에서 득표율이 9.3%포인트 오른 점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꼽는다.

이 후보는 스스로를 ‘변방 장수의 돌파력을 지닌 태종’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무수저’ 소년공 출신에 정치 기득권도 없는 자신이 난세를 헤쳐나갈 적임자라는 얘기다. 그러나 중앙정치 경험의 부재가 아킬레스건이 될 때가 있다. 지지율이 치솟았을 때 민주당 의원 일부를 자기 세력으로 규합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놓쳤고, 섣불리 비문(비문재인) 주자 ‘우산론’을 제기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민주당 A의원은 “이 후보는 중앙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에서 여론의 힘으로 정책적 성과를 냈을지는 몰라도, 중앙정치 무대에서 범보수 진영의 조직적 반발에 맞서 경직된 관료사회를 움직이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양날의 검 ‘사이다’…형수 욕설·음주 전력 논란

이 후보는 정치적 유불리 등 계산할 것이 많은 여타 정치인들과 달리 바닥 민심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게 이 후보 특유의 거침 없는 발언과 맞물리면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경쟁 후보 캠프의 한 인사는 “이 후보 강연을 한번 본 적이 있는데 흡인력이 대단했다”며 “청중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자기 지지층으로 흡수하더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B의원은 “때로는 저축과 투자도 필요한데 이 후보는 탄핵 국면에서 얻은 지지율을 모두 현금화하는 우를 범했다”고 말했다. 강성·사이다 발언이 탄핵 국면에서는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했지만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는 국면으로 바뀌면 유권자들이 대선주자로서의 품위와 안정감을 중시하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등장하는 것이 형수 욕설 논란이다. 형수와 육두문자를 써 가며 싸운 음성파일이 공개된 것이다. 이 후보는 “셋째 형님이 시정에 개입하다 차단당하자 다투는 과정에서 어머니를 때리고 폭언을 퍼부었다”며 “80대 노모가 형님한테 맞아 입원하는 현장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경선 과정에서는 전과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음주 전과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며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 폭로 당시 방송국 PD의 검사 사칭을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된 전력에 대해서는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다 얻은 자랑스러운 상처”라고 반박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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