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日 학교매점서 66년 근무한 91세 할머니…"수고하셨습니다"

관련이슈 오늘의 HOT 뉴스

입력 : 2017-03-29 16:24:17 수정 : 2017-03-30 07:33: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일본의 한 고교 매점에서 66년간 한결같이 일해온 여성이 91세 생일날 정든 학교를 떠났다. 교사와 학생은 한자리에 모여 할머니의 '황혼 퇴임'을 축하했다.

이 학교를 졸업한 뒤 교사로 재직하다가 교장에 오른 이나미씨는 고교 시절부터 지금껏 함께한 할머니의 은퇴 소식에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본 이바라키현 지쿠세이시의 시모다테 다이이치 고교 매점에서 66년째 근무한 아먀나카 츠야코(기운데)씨는 항상 미소를 머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전해졌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이바라키현 지쿠세이시의 시모다테 다이이치 고교 매점에서 근무한 아먀나카 츠야코(91)씨가 28일 은퇴했다고 보도했다.

할머니가 66년간 학교에서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선한 마음에서 나왔다고 한다.

야마나카씨는 전후 피폐하고 힘들게 살던 시절인 1951년 도시락을 챙기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매점을 운영해달라는 학교의 부탁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당시 꽃다운 25살의 그는 동생 같은 학생들을 위해 직접 만든 크로켓(쪄서 으깬 감자와 다져서 기름에 볶은 고기를 섞어 둥글게 모양을 낸 뒤 빵가루를 묻혀서 기름에 튀긴 요리)과 빵으로 배고픔을 달래줬고, 밥 굶는 학생을 위해 때론 몰래 건네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66년간 학생들 곁을 지켜온 할머니는 10년 전쯤 난데없는 난치병 진단을 받았다.

아침 등교에 맞춰 문을 열고, 학생 모두 돌아간 뒤에야 뒷정리를 하던 야마나카씨는 병으로 손과 발이 심하게 떨리는 바람에 오전 11시~오후 7시까지 단축 운영했다.

결국 할머니는 "체력의 한계로 더는 운영이 어렵다"며 "매점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은퇴 소식에 지난 22일 학교에서는 학생 540명 전원과 교사, 교장까지 참석한 가운데 '감사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감사편지와 함께 꽃다발을 선물했고, 반세기 넘게 학교를 위해 노력한 할머니를 큰 박수로 떠나보냈다.

평소 학생들을 친손자처럼 대했고, 교사에게는 어머니와 같았던 야마나카씨는 망백을 맞은 28일을 마지막으로 매점 문을 닫았다.

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교장은 "배고팠던 고교 시절 할머니가 만든 크로켓과 빵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며 "할머니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어머니 같은 분이였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전교생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학교를 떠나 슬프다"며 "종종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지쿠세이시의 시모다테 다이이치 고교에서 마련한 감사모임에 참석한 아먀나카 츠야코(가운데)씨가 학생들의 박수에 환한 미소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 28일 일본 이바라키현 지쿠세이시의 시모다테 다이이치 고교에서 66년간 운영한 매점을 여는 마지막 날 아먀나카 츠야코(왼쪽)씨가 손자뻘 학생과 악수하고 있다. 학생들은 "힘들어하면 달래주는 친할머니 같은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야마나카씨는 지난 66년을 되돌아보며 "단 하루도 좋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혼나 풀 죽은 모습도, 활기차게 뛰노는 모습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 모두 다 보기 좋았다"고 돌아봤다.

이 학교 1학년인 사야마 기무라군은 "며칠 학교를 쉰 적이 있는데, 할머니가 내 얼굴을 기억하고 '보이지 않아 걱정했다'는 말을 건네줬다"며 "할머니는 전교생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듯하다"고 감탄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