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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 곳 ‘교동 기가 아일랜드’

입력 : 2017-03-29 17:52:15 수정 : 2017-03-29 17: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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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은 인천 교동도는 이름부터 생소했다. 논밭이 잘 정비된 작은 섬이지만, 휴전선에 인접해 있어 민간의 출입이 쉽지 않은 탓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만큼 마치 시간이 근대화 시기에 멈춘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하면서 서울에서 차로 1시간30분~2시간가량이면 방문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낯선 섬이다. 그래서일까.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남아있었는데, 덕분에 생경함이 더해졌다. 


인천 교동도 관광 거점이 될 '교동제비집'의 모습. 관광안내소 역할을 한다.
◆지역 스토리를 담은 IT 관광안내소 ‘교동제비집’

서울 광화문역에서 2시간 가량 달려 오전 9시40분쯤 인천 강화군 교동면 소재 '교동제비집'에 도착했다. '교동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의 상징인 관광안내소인 이곳은 앞으로 지역의 관광 거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KT 관계자는 관광안내소에 ‘제비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 대해 “교동면민들이 제비집을 많이 아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동도 주민 중에는 고향이 바로 인접한 황해도 연백인 이들이 많은데, 제비들이 연백평야의 흙을 물고 교동도에 집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믿고 예부터 제비집을 무척 아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교동도에서 연백평야는 불과 2㎞  남짓 떨어져 있어 높은 곳에서 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좁은 농로가 거미줄처럼 뻗친 교동도 구석구석을 둘러보려면 자전거가 제격이다. 교동제비집 앞에는 전기 자전거 5대와 일반 자전거 9대가 나란히 놓여 있는 연유이다.

교동도 자전거 기행은 풍광을 음미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KT 지원으로 관광안내소에서 빌려주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나서면 섬 곳곳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다. 섬 관광명소에 들리면 비콘을 통해 자동으로 스마트워치에 전자 스탬프가 찍히는데, 이렇게 수집한 스탬프는 교동도 내 24개 상점에서 가격 할인과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현물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가 없어도 스마트폰에서 ‘교동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전자 스탬프 인증이 가능하다. 

인천 교동도에서 전자 스탬프를 모으면 받을 수 있는 현물 쿠폰(왼쪽 사진)과 사진을 고르고 스토리를 담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교동신문' 서비스.

KT의 앞선 정보기술(IT)과 관광자원을 결합, 첨단 기기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교동도의 노력이 돋보이는 서비스이다.

교동제비집이 제공하는 IT 접목 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관광안내소 옆에는 주요 명소인 ‘교동 8경’을 관광객들이 고화질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대형 화면에서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골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교동신문 만들기’ 서비스도 눈에 띈다. 발행인에 자신 이름을 적어 넣을 수 있고, 기념사진을 찍어 붙일 수 있어 세상에 유일무이한 기념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교동제비집 2층에서는 관광명소를 360도로 살펴볼 수 있는 VR(가상영상)를 체험할 수 있고, 면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와 전시관에 들어 쉴 수도 있다. 

교동 기가 아일랜드 출범식이 열린 이날 이곳에는 헤드셋을 쓰고 VR 영상을 관람하는 이들로 가득 찼고, 전시관에는 어린 학생들의 통일과 관련한 그림이 걸려 눈길을 잡았다.


1950~60년대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인천 교동도 대룡시장의 정경.
◆‘시간이 멈춘 섬’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되다 

교동제비집에서 도보로 5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교동도의 명동’이라 불리는 대룡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도 KT와 교동면민들이 야심 차게 준비한 ‘핫 플레이스’다. 1960~70년대 시장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날 대룡시장 곳곳에 설치된 11개의 스피커에서는 최헌의 ‘오동잎’과 같은 60~70년대 추억의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시장에 들어선 점포 곳곳에는 당시 포스터와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허전했던 회색빛 벽은 이렇게 알록달록한 그림들로 채워졌다. 

다방이나 시계방, 고무신 판매점 등 도심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가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대룡시장의 매력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교동면민들은 지나치는 기자에게 “차 한 잔이라도 마시고 가라”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줬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를 통해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비콘에 관해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인천 교동도의 교동스튜디오에서 대여할 수 있는 교복(왼쪽 사진)과 이곳에서 근무하는 손효숙(63)씨.
이들 가게 중 단연코 최고 인기를 누리는 곳은 교동 스튜디오였다. 스튜디오 앞에는 흘러간 영화에서나 볼 법한 예전 교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튜디오에서 교복과 함께 어울리는 소품을 빌려 그때 그 시절의 기분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교복 대여점 옆에는 흑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추억을 영원히 담을 수도 있다. 

교동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는 손효숙(63)씨는 “KT의 인공지능 TV 서비스인 ‘기가지니’를 이용해 노래를 선곡하고,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지만 교동도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배우는 중”이라고 전했다.

인천 교동도 망향대로 올라가는 길에 걸려 있는 통일 염원 포스터(왼쪽 사진)와 망향대에서 바라본 북한 연백평야의 모습.

◆통일을 염원하는

교동도는 비단 근대화 시기 추억을 되새기려고 찾는 장소는 아니다. 인근 연백평야를 바라보며 망향의 설움을 달랠 수도 있다.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망향대에 도착한 때는 오후 2시30분쯤이었다. 망향대는 교동도에서 연백지역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실향민이 대부분인 교동면민들이 고향을 떠올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교동도는 북한과 직선거리가 2.6km밖에 되지 않는 곳으로 6·25 이전에는 연백과 교동도 사이 왕래가 잦았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날 날씨가 흐린 탓에 희미하게나마 연백의 평야지대를 관찰할 수 있었다. 

KT와 통일부는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실향민과 관광객들이 북쪽 끝까지 발걸음을 하지 않아도 북한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교동제비집 1층에 560인치 초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황해도의 풍경이 쉴 새 없이 방영돼 잠깐이나마 넋 놓고 바라봤다.

◆민관이 협력해 완성한 ‘교동 기가 아일랜드’

현재 교동면민의 80%가량은 벼농사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줄고 있는 쌀 소비량은 지역사회에 큰 타격이 됐다. 

이에 KT는 행정자치부, 통일부, 강화군 등과 힘을 모아 민관 협력 프로젝트인 '교동 기가 아일랜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휴전선 접경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역 활성화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맺고 면민들의 자생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투자에 나서기로 의기투합했다.

교동 기가 아일랜드는 KT의 다섯번째 '기가 스토리' 프로젝트로 교육과 문화, 경제, 환경 등에 걸쳐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취지이다. 그동안 KT는 전남 신안 임자도를 시작으로 인천 옹진 백령도, 경남 하동 청학동, 경기 파주 'DMZ 평화의 마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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