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주먹 앞세운 중국의 사드 보복
‘침략 DNA’가 되살아나고 있다
국가 안보에 눈감으면
‘치욕의 역사’ 되풀이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가당찮다. 사리 분별은 애초 관심 밖인 듯하다. 급기야 미국조차 비판을 쏟아낸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중국은 주변 나라를 조공국 다루듯 한다.” 얼마나 터무니없으면 힘 휘두르는 방법에 관한 한 역사적인 노하우를 쌓았을 미국 국방장관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올까. 중국 식자층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홍콩대 후웨이싱 교수의 말을 빌려 이렇게 썼다. “사드 보복은 역사적 공통성을 바탕으로 번영해온 한·중 관계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신문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소유다. 2015년에 샀다.

조공국? 매티스 장관의 말은 맞을까. 틀린 말이다. 정조 4년, 1780년 청(淸) 연경을 다녀온 박지원은 ‘열하일기’에 이렇게 썼다.


강호원 논설위원
“융적(戎狄)의 성품은 끝없는 탐욕으로 만족할 줄 모른다. 지금의 청은 그렇지 않다. 자애롭고 관대하며 너그럽고 자상하다. 번거롭고 가혹한 일을 시키지 아니하고, 어떤 요구도 거절하지 아니한다. … 저들은 중국을 객지로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고, 우리나라를 이웃으로 여기지 않은 적이 없다.”

건륭제 때의 청을 두고 한 말이다. 이때는 중국 대륙을 차지한 역대 왕조 중 가장 강성했던 시기다. 흔히 1636년 병자호란을 두고 청을 침략적인 국가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병자호란 이후 270년 가까운 ‘조선의 평화’는 이런 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漢)·당(唐)은 다르다. 시도 때도 없이 침략과 병탄을 꿈꿨다. 한 무제는 위만조선을 멸망시키고, 초기 고구려와 쟁투를 벌였다. 당 태종과 고종은 고구려를 침입하고, 신라까지 병탄하고자 했다. 이후 한족이 대병을 동원해 침략하지 못한 것은 분열되거나 북방 민족이 북쪽에 강성한 나라를 이루고 있었던 탓이다. 한은 한족(漢族), 청은 우리와 같은 종족 계열인 여진족(만주족)의 나라다. 당도 한족에 가깝다. 선비족 피가 섞였다고도 하지만 중국이 한·당을 정통으로 삼는 것은 한족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한족의 침략적 속성을 따지자면 한이 없다. 지금의 중국은? 한족의 나라다. 신해혁명 때 멸만흥한(滅滿興漢·만주족을 멸하고 한족을 부흥시키자)을 내걸고 등장했다.

가당찮은 사드 보복은 왜 이어지는 걸까. 한족의 나라이기 때문일까. 역사적인 ‘한족 패권주의’가 되살아난 걸까. 사드 보복은 과거 동양의 질서인 조공 관계로는 해석할 수 없다.

사드 보복에는 한족의 침략적 속성이 어른거린다. 동북아의 역사는 어디로 흐를까. 한반도의 운명은 어찌 될까. 한반도는 위험하다.

G2 신냉전. 미·중 갈등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본말을 따지면 갈등의 뿌리는 중국 쪽에 있다. 이제 패권국이 되겠다며 아등바등 대드니 사방이 싸움판으로 변한다. 경쟁의 상도(常度)도 없다. 번영을 향한 경쟁을 그렇게 하는 것인가. 그 결과는 무엇일까. 깡패가 힘을 쓰는 무도 천지로 변하고 만다. 북한의 ‘핵 공갈’도 중국의 무도가 부추긴다.

그 미래는 무엇일까. 믿음은 회복될까. 그러기 힘들다. 왜? 중국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입을 다물어도 입속에 나를 물어뜯을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믿음을 갖기 힘들다. 큰 나라는 큰 나라대로, 작은 나라는 작은 나라대로 살길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동북아의 역사 방향이다. 역사의 잔혹한 퇴행이지만 그것은 현실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한반도 비핵화? 전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비핵화 주장은 허공에 대고 부르짖는 약한 자의 외침이 아닐까. 힘센 자가 주먹을 휘두르는 판에 약한 자의 소리가 씨알이 먹힐 리 만무하다. 싸움에 단련된 미국의 눈은 다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한·일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주먹만 휘두르는 자에 맞서는 방법은 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기에 하는 말인 것 같다.

제 목숨 지킬 방패 하나 갖지 못한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은 누가 지켜 줄까. 힘없는 나라 백성은 목숨 구걸하기도 힘들다. 그런 사실은 역사책과 외신뉴스에 수북이 나온다.

강호원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